낙서장

옛 만화책에 얽힌 추억 1 - 은하계를 다룬 만화를 보다가 웃은 까닭

개마두리 2017. 8. 22. 22:45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스물 세 해 전(서기 1994년), 그러니까 내 나이가 열여섯 살이던 때에 변영우 화백이 그린 학습만화인『우리 은하』를 읽었다. 그런데 그 만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발광 성운(星雲)’이라는 말을 듣고,


“발광 성운? 별들도 미친 사람처럼 발광을 하나? 히히히 ….”


하고 말하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손발이 뒤틀린 자세를 취한 채 펄쩍펄쩍 뛰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바로 오른쪽 컷에는 같은 사람이 종아리를 걷고 두 손에 나무 의자의 다리를 붙든 채 두 팔을 위로 올린 뒤, 만화에 나오는 ‘교사’인 오성 대감 이항복 님에게 회초리를 여러 번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성 대감님은 남자 주인공에게


“자식이 배워먹을 자세가 안 되어 있어! 어디서 장난질이야?”


하고 꾸짖으며 회초리를 휘두르셨다.


나는 그 두 장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남자 주인공이 한 말이 맞나? 왜 별들이 발광(發狂 : 미친[狂]듯이 날뜀[發])한다고 적었지?’하고 생각했다(나는 10대 소년일 때, 학교에서 과학을 배웠는데, 그 때에도 교과서에는 “발광 성운”이라는 말이 나왔고, 나는 그 ‘발광’을 ‘미쳐 날뛰는’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 만화를 읽은 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발광’이 ‘미친 듯이 날뛴다.’는 뜻인 ‘발광(發狂)’이 아니라, ‘빛(光)을 냄(發)’이라는 뜻인 발광(發光)임을 알았다. 그러니까 과학계는 별들이 미쳐 날뛰기 때문에 ‘발광성운’이라고 부른 게 아니라, 입자들이 엷은 구름처럼 몰려 있으면서 빛을 내기 때문에 ‘발광성운’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나는 내가 무식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도 이 사실을 떠올리면 웃음과 함께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여자 친구도, 애인도, 아내도 없으므로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내가 자식을 키운다면 그 아이가 내가 저지른 잘못(발광[發光]을 발광[發狂]으로 잘못 안 것)을 되풀이하지 않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


이상이 옛 만화, 그것도 학습만화에 얽힌 나의 “부끄러운 고백”인데, 여러분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으신 적이 있나요? 그냥 한 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 머릿속에서 <달빛궁궐>의 닫는 음악(엔딩 곡)이 여러 번 울려퍼지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나름대로 흡족해하며 자판을 두드리는 잉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