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나직경』에 나오는 구절

개마두리 2018. 6. 1. 12:45

“원한을 숨긴 채 겉으로는 동무(친구[親口]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 옮긴이)인 척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수치스러운 사람이다.”

 
“사람의 욕망은 다양하며, 그 본성은 이기적이다.”


“일이 성공하면 그 공을 누리지만, 실패하면 (남에게) 책임을 미룬다.”


“한 사람만 너무 총애하지 말아야 하니, (한 사람이 권력을 독차지하면) 반드시 화를 불러온다.”


“(인재로)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응당 친절하게 굴고 예의로 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


“권력을 목숨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감히 못 하는 일이 없다. 또 스스로 권력을 내놓는 법도 없고,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시기는 아주 중요하니, 시기가 맞지 않으면 자멸을 초래한다.”


“명성은 헛된 것이니, 슬기로운 사람은 칭찬과 폄훼에 신경쓰지 않는다.”


“길흉은 변화무쌍한 것이라 슬기로운 사람만이 화를 줄일 수 있다.”


“자신의 허물을 엄격하게 책망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화를 입지 않는다.”


“꾀가 간신들의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그들에게 이길 수 없고, 앎이 아주 크지 않다면 간신들을 당해내기 어렵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간신을 낳는다. 사람들의 적은 간신이 아니어도 간신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벗은 간신이어도 충신이라고 불린다.”


“간신이 되어 이익을 얻는다면 사람들은 모두 간신이 되려 할 것이고, 충신이 되는 일이 재앙을 불러오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충신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신이 많고 충신이 적은 것이 세상의 참모습이다. 충신을 말하고 간신을 싫어하는 것은 세상의 겉모습일 뿐이다.”


“(신하가) 군주에게 아첨하는 까닭은 모두 자신을 위해서이니, 겉모습을 뚫고 진실을 찾아보면 간신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공을 죄라고 바꾸면 그의 뿌리를 뽑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를 꾸며내서 그의 말이라고 모함하면 그에 대한 다른 사람의 혐오를 더 늘릴 수 있다.”


“참된 영화(榮華)는 주위 사람들까지 영화롭게 하는 것이고, 참된 재앙은 주위 사람들까지 해를 입는 것이다. 스스로 얻지 않은 영화는 믿지 말아야 하며, 남의 재앙이라 해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 『나직경』에 나오는 구절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서 싣다


* 출처 :『모략의 즐거움』(마수취안 - 한자로는 마수전馬樹全 - 지음, 이영란 옮김, 김영사 펴냄, 서기 2007년). 이 책은 마수취안 선생이『나직경』을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새롭게 풀이한 책이다.


*『나직경(羅織經)』:


‘그물(羅)을 짜는(織) 경전(經)’이라는 뜻. 의역하자면 ‘그물을 짜서 물고기와 새를 잡듯이, 사람에게 없는 죄를 꾸며서 윗사람에게 알리고 그를 처벌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는 뜻이다. 


당(唐)나라를 없애고 주(周)나라(서주西周/북주北周/후주後周와 구분하려고, 나라를 만든 사람의 성을 따 ‘무주武周’로 부른다)를 세운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성 황제 무조(성이 무武씨고 이름이 조照다. 흔히 ‘측천무후則天武后’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당 고종 이치李治의 황후가 되었다가, 이치가 죽자 당나라를 없애고 주나라를 세워 황제가 되었다. 그가 죽은 뒤, 주나라는 망하고 다시 당나라가 들어섰다)는 많은 관리를 등용하였는데, 그 관리들 가운데 ‘내준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형벌을 잔혹하게 적용하는 관리였고(줄여서 ‘혹리酷吏’라고 부른다),『나직경』을 써서 ‘어떻게 하면 정적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였는데, 역사 기록에 따르면 무조조차도 이 책을 읽은 뒤 “이런 지모라면 짐도 이길 자신이 없구나.”라고 감탄하며 내준신을 없애버릴 마음까지 품게 되었다고 한다.  


『신당서』/『구당서』/『당회요』에 따르면, 이 책은 “죄를 꾸며내 착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이 책을 지은 목적이니 세상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사라져 그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몇 년 전(그러니까 서기 2007년 이전), 마수취안 선생이 일본인 ‘아즈마키’ 씨가 갖고 있던 당나라 사람 만국준(萬國俊)이 베낀『나직경』을 보았고, 마 선생은 그 내용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모략의 즐거움』을 썼다. 후자는 전자를 소개하면서 전자를 뒷받침하는 갈마(역사) 속의 사건들을 덧붙인 책이다.

 
‘중국’ 역사와 ‘중국’의 봉건사회를 비판한 역사학자 보양(한자[한국식 한자 발음]로는 ‘백양栢楊’) 선생은 그의 책 『맨얼굴의 중국사中國人史網』에서『나직경』을 “주(周) 왕조(무주 - 옮긴이)가 인류문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유산”이라고 칭찬하였다.

 
나(잉걸)는 이 책에서 너무 잔인한 구절이나 너무 속물스러운 구절, 자칫 잘못하면 나쁜 놈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구절은 빼고, 그래도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구절만 골라서 이 블로그에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