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꽃처럼

개마두리 2020. 11. 10. 20:25

언제 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돌아보면 문득 피어 있다
절벽에서도 눈얼음 속에서도
때가 되면 꼭 핀다
깊은 숲속이나 제왕의 수반(水盤)에서도
그저 타고난 모습으로 핀다
피어있는 동안 타인(他人)이 환하다
오로지 그러다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하여 열매가 생긴다
꽃은 모르는 열매가 생긴다


* 수반(水盤) : 사기나 쇠붙이로 만든, 바닥이 평평하고 운두가 낮은 그릇. 물을 담아 꽃을 꽂거나 수석[壽石] 따위를 넣어둔다.  


-  ‘ 박진규 ’ 시인의 시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01.07
지렁이  (0) 2021.01.07
보리  (0) 2020.11.10
호랑나비  (0) 2020.09.23
나이테  (0)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