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옛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명대사/문장들 12 (끝)

개마두리 2023. 5. 27. 13:21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쳐도 죽지 않고서는 인생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선더라이더(소설 속에 나오는 명마의 이름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라 해도 태양을 앞서 달려갈 수는 없었다.”

- 20쪽

“혼자 하는 여행은 훨씬 더 빨리 지치게 되는 것 같아. 자기 혼자서 자신을 감당해야 되니까.”

- 20쪽

<기사 중의 기사인 국왕>이고, <태어나면서부터 국왕의 기사인 귀족들>이라구? 말이 좋다! 서로 조금이라도 틈을 안 보이려고 들고, 권력의 한 조각이라도 뺏기지 않으려고 견제하고! 그리고 ……, 그리고 넌 또 뭐냐? 신(神)에게 바쳐진 몸으로서 아주 자상하게 ‘정치학’에 대해 설명해 주는 너 성직자(사제 – 옮긴이)는 도대체 뭐냔 말이다!”

- 31쪽

“자면서 계속 끙끙거리더라. 악몽 꾼 거야?”

“<기억은 밤의 제왕이고, 꿈으로 현신할 때 만물을 지배한다>는 이론을 몸으로 실험하고 있었지.”

“…… 악몽 꿨다는 말이지?”

“요약을 잘하는구나.”

- 33쪽

“혀가 내 최강의 무기(병기/잠기 – 옮긴이)거든. <세 치 혀가 검을 이기는 법>이죠.”

- 35쪽

“걸레처럼 쓰면 쓸수록 지저분해지는 것이 권력인데, 가지고 있으면 꼭 쓰게 되더라구.”

- 36쪽 

“그래. 하인들은 다시 몰려들겠지. (만약 – 옮긴이) 주인에게 권위가 돌아온다면.”

- 49쪽

“귀족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오만과 독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근거 없는 우월 의식이지. 정녕 우월한 자는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존경하게 되네. 하지만 실속 없이 우월 의식만 가진 자는 폭력적으로 바뀌게 되지. 그런 폭력은 일견(一見. 언뜻 보면 – 옮긴이) 강력해 보이지만, 더 큰 폭력 앞에서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지.”

- 49쪽 

“귀족? 귀족이라 해도 국왕 앞에서는 다른 국민과 똑같은 국민으로 있게 만들겠어. 그들의 오만과 그들의 위세를 산산히 박살내어 놓겠네.”

- 50쪽

“<인간적인 힘>, <영웅의 환상>은 긴긴 여름날의 백일몽이었고, 이제 곧 혹독한 겨울이 오게 되겠지. 영웅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우리를 키워왔고, 자라나게 했고, 의식의 지평을 열어주었던 영웅시대의 유산으로부터, 이제 우리는 새로이 도약해야 될 시점에 온 것이지.

- 53쪽

“넋 빼놓고 있지 마! 어느 칼이 네 모가지 가져가는 줄은 알아야 될 거 아냐?”

- 58쪽

“내가 나서서 (영지 안의 나무를 – 옮긴이) 뽑아버려 오히려 안됐군요.”

“아뇨. 후치 군은 이 영지의 은인 중에 한 사람 아닙니까. 주민들은 즐거워 할 겁니다. 돌아온 영웅의 멋진 행적, 겨울철 내도록 이야깃거리가 되겠죠.”

“으악!”

“대충 짐작이 갑니다. <지금껏 본 것 중에 가장 거대한 말을 타고 돌아온 ‘후치 네드발’은, 칼라일 영지에 이르자마자 밭을 일구기 위해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숲을 뭉개버렸다 …….>는 식으로.”

(뽑은 건 – 옮긴이) 나무 하나인데요?”

“영웅담은 대개 그렇게 발전하게 된다는 거 알지 않습니까?”

“제발 ……. 앞장서서 막아주세요. 그런 이야기.”

- 70쪽

“죽은 자의 부탁은 … 평생의 빚이 되지요 ….”

- 71쪽

“난 많은 주인의 죽음을 봐왔어. 칼을 쥔 사람은 꼭 죽게 마련이더라?

- 72쪽

“당신은 <다시는 검을 쥐지 않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소?”

“인생의 묘미 중 상당 부분은 반전에서 오니까.”

- 77 ~ 78쪽 

“지위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틀림없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평생동안 변화하며 사는 겁니다.”

- 86쪽

“보통 사람들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높은 지위를 얻게 되었을 때, 갈팡질팡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 옮긴이) 쉽사리 포기하지는 못합니다.”

- 87쪽

“우수(憂愁. 근심과 걱정 – 옮긴이)를 벗삼아 여행하는 모험가는 자신 속의 고독을 달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법.”

- 92쪽 

“인생이 (동화나 전설이나 민담이나 영웅담이나 본향풀이[‘신화’] 같은 – 옮긴이) 옛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꾸며나가는 것은 죄가 아니겠지.”

- 112쪽

“네가 투정부린다고 세상 일이 다 해결되는 줄 아냐?”

“난 해결될 수 있는 일에 투정 부려. 해결 안 되는 일이면 거들떠 보지도 않아.”

- 113쪽

“바람은 대지에 발 붙인 나무들에게 항상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후에 이기는 것은 나무다. 움직이지 않는 바람은 없으니까.”

- 116쪽

“태양. 아침에 태어났을 때부터 죽음을 약속받았고, 그래서 (그것은 – 옮긴이) 곁눈질할 사이도 없이 서쪽으로만 달려간다.”

- 118쪽

“물 속에 빠졌다가 급히 뛰쳐나와 몰아쉬는 숨처럼, 참을 수 없는 외침이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온다. 난 목이 아니라 가슴으로 외쳤다.”

- 122쪽

“그들은 아련한 기억 속에서 간신히 대미궁에 대한 기억을 건져낼 수 있었으며, 내가 그곳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기막혀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미궁에 들어가기 전에 밧줄을 밖에 묶어두고 들어갔으면 길 찾느라 고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핀잔을 줬을 때는 나도 기막혀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이 사람들의 머릿속의 대미궁이라는 것은 곰 굴보다 조금 더 큰 구조인가 보다.”

- 128 ~ 129쪽

“행동은 조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유에서 나오는 거죠. (우리는 – 옮긴이) 식탁이 잘 차려졌다고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거예요.”

- 135쪽

“인간의 발길이 닿으매 숲에는 오솔길이 생기고, 인간의 눈길이 닿으매 밤하늘엔 별자리가 생기는도다.”

- 136쪽

“자네 종족들(인간들 – 옮긴이)은 타인 속에 들어가려고만 애쓰더군. 만물을 자기처럼 변화시키면 세상이 ‘이해하기 쉬운 것’이 될 거라고 믿는 모양이더군.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 152쪽

“애정은 속박인 게냐?”

- 168쪽

“석양이 내릴 때, 혹은 아침에 일어나 짙은 안개 속을 걸을 때 타이번(소설 속에 나오는, 늙은 마법사의 이름 – 옮긴이)의 모습은 나(소설 속의 화자이자, 주인공 소년인 ‘후치 네드발’ - 옮긴이)에게 기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서쪽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타이번은 항상 불같이 타오르는 석양을 정면으로 받게 되었고, 그럴 때의 그의 얼굴은 퇴락한 건물, 거미줄마저도 옹색하게 걸려 있는 퇴락한 신전의 쓸쓸한 전경처럼 보여 나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 177쪽

“아무르타트(소설 속에 나오는 검은 드래곤 – 옮긴이)의 별명(다른 이름 – 옮긴이) 중에 ‘석양의 감시자’라는 말이 있지요.”

“그게 무슨 뜻일까요?”

“아마도 모든 것에는 멸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자라는 뜻이겠지요. 공정함도, 친절도, 사랑도, 관심도 질릴 때가 있는 법이지. 하지만 불균형, 불평등, 증오, 오해도 … 역시 끝은 있는 법 아니겠소. 아무르타트의 이름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영원을 맹세할 수 없겠지. 영원한 사랑, 영원한 충성 ……, (그 – 옮긴이) 모든 것은 부질없다고 말해 버릴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아무르타트겠지요.”

“우울하군요.”

- 178쪽 

“너구리도 자기 굴의 위치는 숨겨두는 법이다.”

- 188쪽

“끝없는 계곡에도 길 비슷한 것은 있었다.”

- 191쪽

“아버지. 지금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하시고 있는 거라구요. 자신의 지난날에 비추어 그 자식을 이해하려 드는 것 말이에요.”

- 196쪽

“그러는 너야말로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범하고 있구나. 자신이 아버지의 지나온 나날로서는 이해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똑똑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것 말이다.”

- 196쪽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긴 하네. 원하지 않는 비극은 베개 머리맡까지 찾아왔을 때에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법이고.”

- 212쪽

“내 아들을 (아버지인 – 옮긴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한 사람 있죠.”

“그게 누군데?”

(그 아들인 – 옮긴이) 저요.”

- 214쪽

재물이 있는 곳에는 재앙이 있게 마련이야. 따라서 재물 근처에서는 도망치는 편이 낫지.”

- 221쪽

“넌 (드래곤을 만나는 일이 내포한 – 옮긴이) 위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거냐?”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것은, 드래곤에 대해서는 철자만 알고 있는 소년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드래곤과 직접 만나본 소년의 생각이지요.”

- 224 ~ 225쪽

“태풍이 불면 나무는 쓰러지는 법이다. 하지만 똑같은 정도의 태풍이 양쪽에서 동시에 몰아치면, 나무는 곧바로 서 있게 될 것이다.”

- 232쪽

“불안한 느낌은 목에 걸린 뼛조각 같군.”

- 233쪽

“나의 기다림은 이미 길었거늘, 당신의 황혼은 너무 길군.”

- 234쪽

“나는 ‘죽은 채로 사는 자’요.”

- 235쪽

“돌아가세. 주인이 가라고 하면, 예절 바른 손님은 나가야지.”

- 239쪽

“사랑은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복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 옮긴이) 복수는 상대를 파멸시키려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자신의 복수심을 전달시켜서 상대가 현 상태에서 파멸 상태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것이 모든 복수자가 복수 대상을 죽이기 전에 구차하게 자신의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 252쪽

“복수자의 말 중에 흔한 말이 있습니다.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혹은 ‘내 눈으로 직접 녀석의 파멸을 봐야겠다.’, ‘다른 사람이 죽이는 것이나 늙어죽는 것은 못 봐준다.’ 흔한 이야기죠. 자신에 의한 상대방의 변화를 원하는 것입니다.”

- 252쪽

“강물이 흐르다가 흙덩이나 바위를 만나면 깨어버리고 흐릅니다. 하지만 도저히 깰 수 없는 어마어마한 바위나, 아니, 산이 가로막는다면? 강물은 돌아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강물이 자존심이 있다면 말하겠지요. <나와 산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산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 253쪽

“저는 이상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을 말이더냐?”

“인간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주위의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만, 인간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 254쪽

“삽이 모자라요!”

“에이, (눈을 – 옮긴이) 치우면 뭐해요. 다시 쌓일 텐데.”

“이놈들아. 어차피 다시 배고파질 텐데, 밥은 왜 먹냐?”

- 256쪽

“말이라는 놈은 말이다. 달리지 않으면 병이 생기는 법이다.”

- 260쪽

“자신의 행동을 자신에게 설명해야 됩니까?”

“…… 예. 우리(인간 – 옮긴이)는 그래요. 일생을 함께 보내온 부모의 말이라도, 우리는 그 이유를 알아야 되죠. 자신의 말이나 행동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가요.”

“우리는 불안하니까 …….”

- 269 ~ 270쪽 

“친구(동무 – 옮긴이)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손님은 없을 것 같아요.”

- 271쪽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행복하기를.”

- 273쪽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자 모험 아닐까요.”

- 286쪽

“너희(인간들 – 옮긴이)는 어떻게 작별하지?”

“상대에 따라 다르지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나는 – 옮긴이) 당신의 추억 속에서 ‘즐거울’ 것입니다. (부디 – 옮긴이) 당신 속의 ‘나’를 아껴 주시길.”

“알았다. ‘내 속에 함께하는 너’를 잘 보살피겠다. 이제 너와 나의 길이 갈렸군.”

- 295 ~ 296쪽 

“모든 숲을 태워버린 불길은 죽는 법 아닐까요.”

- 299쪽

“당신(핸드레이크 – 옮긴이)과 루트에리노 대왕은 ‘인간이라는 초’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우리(인간들 – 옮긴이)는 불길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불길이니까 스스로마저도(자신마저도 – 옮긴이) 태워 버리는 초가 되겠지요. 우리가 이룩하는 (문명과 나라의 – 옮긴이) 번영은 ‘목적 잃은 폭주’가 되고 말 테죠!

- 299 ~ 300쪽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

- 301쪽

                                                                                 (끝)
  
→ 이상 모두 『 드래곤 라자 』 제 12권( ‘ 이영도 ’ 지음, ‘ (주)황금가지 ’ 펴냄, 서기 1998년 )에서 퍼옴

☞ 옮긴이(개마두리)의 말 :

이제 ‘ 『 드래곤 라자 』 다 읽기 ’ 라는, 넉 달 반이 걸린 나만의 대장정이 끝났다. 결말을 예상할 수 없었던 이 ‘여행’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느 교수가 만화를 보면서 한 말( “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 )을 살짝 바꾸자면, “ 나는 판타지 소설( 그러니까, 『 드래곤 라자 』 )에서 철학을 보았고, 그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

내가 소년 시절( 그러니까 스물여섯 해 전쯤 )에 읽은 『 삼국지연의 』 만화에 따르면, 제갈량이 죽고 촉군이 물러난 뒤, 사마의가 그가 만들었던 진지들의 터를 살피며 “ 공명은 천하의 인재다. 아마 다시는 그와 같은 사람이 (세상에) 나오지 않으리라! ” 하고 감탄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을 “ 『 드래곤 라자 』 는 한국에서, 아니 아시아에서 나온 판타지 소설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다. 아마 다시는 그와 같은 소설이 한국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 로 바꾸고 싶다.

부디 언젠가는 이 소설이 웹툰이 되고, 만화영화( ‘ 애니메이션 ’ )가 되어서 온 누리로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빈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 글을 맺는다.

- 단기 4355년 음력 12월 2일[이 글을 맨 처음 쓴 날짜. 이 날짜는 서기로는 2022년 양력 1월이다 - 개마두리]에, ‘ 그래도 명작 판타지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올 한 해를 마치게 되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 하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몇 자 적다

(아, 그리고 내[개마두리]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 한 마디만 덧붙인 뒤, 이 글을 진짜로 끝내겠다 : “[ 『 드래곤 라자 』 에 나오는] 후치와 제미니 커플이여, 부디 몇 해 뒤에는 결혼해서 헬턴트 마을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내가 진심으로 너희들을 응원할게!”)

(나는 이 소설을 서기 2022년 양력 12월 12일에 다 읽었음을 밝힌다 : 개마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