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옛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명대사/문장들 11

개마두리 2022. 12. 17. 09:59

“준비가 모자라서 패하는 경우는 있어도, 준비가 과해서​(지나쳐서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패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 9쪽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마당이 마치 눈밭처럼 보였다. 발을 대기가 부끄러울 정도군. 난 마당이 부서질까 봐 조심스럽게 밟고 나왔다. 음. 마당은 마당이다. 익숙한 감각이 발로 전해져 왔고, 난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약간이나마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싸늘한 추위가 느껴졌다.”

- 15쪽

“멍청이들!”

“꺼지기 위해 타오르는 불꽃! 너희 필멸자들(必滅者들. ‘반드시[必] 멸망[滅]할 자[者]들’ → 언젠가 죽는 자들/나이를 먹는 자들. 여기서는 ‘나이를 먹고, 늙고,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들’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 옮긴이)은 항상 그랬어! 좌절하기 위해 달려가는 녀석들!”

(너희 인간들은 – 옮긴이) 죽을 수 있으면서! 죽을 수 있으면서 그 삶을 값지게 쓰지 못해! 너희놈들은 파멸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해서 목적도, 의미도 없이 달려간다. ‘파멸하기 전에 뭐든지 이룩하면 된다.’고 믿고!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저지르고 돌아다니는 아둔한 멍청이들!”

“웃기지 마! (흡혈귀/뱀파이어인 – 옮긴이) 네가 불멸자(不滅者. ‘멸망하지[滅] 않는[不] 자[者]’ → 사라지거나 죽지 않는 자 : 옮긴이)라고 믿느냐! (인간의 피를 빨아먹음으로써 – 옮긴이) 필멸자의 생명에 기생해 사는 주제에!”

“너희놈들(인간들 – 옮긴이)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고, 짐승을 잡아먹고, 물고기를 낚고, 지하수를 퍼 올리고, 땅에서 광물을 캐내고, 숲에서 나무를 벰으로써, 그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는 – 옮긴이) 세계에 기생하지 않느냐!”

“우리는 (나무를 심고, 농작물을 기르는 식으로 – 옮긴이) 세계를 가꾸고, 죽음으로써 (흙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 되어 – 옮긴이) 우리를 (세계에 – 옮긴이) 돌려준다! 넌 뭐냐? 넌 필멸자들에게 뭘 준단 말이야! 더러운 흡혈귀(吸血鬼. 피[血]를 빠는[吸] 귀신[鬼]. 영어로는 ‘뱀파이어[Vampire]’. - 옮긴이), 입을 함부로 …….”

- 41~42쪽

“누군가 참새 깃털을 하나 가져와 떨어뜨리면, 그 충격음 때문에 우리 모두가 쓰러져버릴지도 모른다.”

- 48쪽

“이상하군요. 여러분들은 인간들인데. 여러분들은 운명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종족인데 말입니다. 어떻게 여러분들의 입에서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 51쪽

“아마도 영웅들은 대개 머X리여야 할 거야. 그래야 만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 53쪽

“아직 캄캄한 새벽이다. 고지대의 분지인 이곳에 햇살이 닿으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싸늘한 새벽 공기가 볼을 할퀴었고, 발바닥에 닿아오는 서리의 뽀드득거리는 느낌이 오싹함을 더한다. 꽤 추운걸.

일행들이 들고 있는 횃불들은 주위에 약한 빛을 던지고 있었지만, 분지 전체는 거대한 암흑으로 우리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 59쪽

“죽을 만해?”

“삶은 아름다워요.”

- 73쪽

“가지요! 아직 길은 먼데, 걷지 않고 (길을 – 옮긴이) 짧아지게 만들 방법은 없으니까.”

- 76쪽

“제가 똑바로 알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우린 방해자나 경쟁자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마지막 순간에 양보하기 위해 지금껏 달려온 것은 더더욱 아니었던 것 같아요. ‘목숨이 위험하니까.’? 설마요. 그랬다면 우리 여정은 오래전에 끝난 이야기일 텐데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 그래서?”

“지금까지 ……,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해 걸어왔고, 우리가 피곤하면 멈췄어요. 다른 사람이 시켜서 달린 적도, 그리고 눈치를 봐가면서 멈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우리 스스로(자신 – 옮긴이)만을 한계로 생각해 왔으니까, 남은 여정도 끝까지 우리 자신만을 한계로 생각하며 걸어가고 싶어요.

그런데 난 아직 내 한계에 부딪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러니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걸어가고 싶어요.”

- 82쪽

“싸움의 이유(싸워야 할 까닭 – 옮긴이)가 먼저 명확해야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인간들은 이길 수 있으면, 이유(까닭 – 옮긴이)엔 신경쓰지 않고 동족을 공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족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 89쪽

“이 답답한 작자, 잘 들으시오, 성직자(종교인 – 옮긴이)란 무엇이오?”

“내 알기로, ‘성직자는 만인의 종복(從僕. 종살이를 하는 남자 – 옮긴이)’이라고 아는데? 신(神)은 만인의 어버이, 인간은 신의 아들, 그리고 성직자는 인간의 종복 아니었던가? 신께서 성직자들이 ‘만인의 지도자’ 노릇 하기를 바라신 적은 없겠지. 신께서 성직자에게 바라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만인을 섬기는 것 아니오?”

- 97쪽

“성직자가 신(神)의 선민(選民. 선택된 백성. 여기서는 ‘일반인/백성’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 옮긴이)을 섬기길 거부하고 그들을 지배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성직자가 아니오.”

- 98쪽

“신(神) 아래 평등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거취(居就. 사람이 어디로 가거나 다니거나 하는 움직임 – 옮긴이)를 스스로 결정할 당연한 자유가 있소.”

- 99 ~ 100쪽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함부로 험담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나라와 나라의 관계라면 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되네요.”

- 104쪽

<원래 조용하던 사람이 폭발하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거룩하신 상식론은 역시 진리였나?”

- 104쪽

“정통 독설가(毒舌家. 독설[毒舌 : 남을 사납고 날카롭게 매도하는 말]을 잘하는 사람[家] - 옮긴이)의 기본 요건. 무슨 말을 할 때든 낮고 잔인하게 말할 것.”

- 106쪽

“우정에는 친구의 과오를 막는 것도 포함됩니다.”

- 122쪽

“아무리 검을 꽉 쥐고 있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의 공격으로부터 검을 지키기는 어렵다.”

- 132 ~ 133쪽

“적당히 해요! 그 정도 실력이면 (굳이 – 옮긴이) 죽이지 않아도 …….”

“닥쳐. (내가 싸워서 지키는 것은 – 옮긴이) 내 생명이지, 네 생명이 아니다.”

“당신은 죽일 권리가 없어! (왜냐하면 – 옮긴이) 자신이 그렇게 살고 싶어하니까!”

(내가 – 옮긴이) <살 권리>가 (바로 적을 – 옮긴이) <죽일 권리>야, 멍청아.”

“빌어먹도록 잘 알아요! 하지만 그건 내 식이 아니야! 그런 슬픈 방식은!”

- 133 ~ 134쪽

(만약 – 옮긴이) 내가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상대에게도 죽음을 강요할 수가 없어.”

- 135쪽

“스스로를(자신을 – 옮긴이) 구속할 줄 모르는 자에게, 보통 사람도 도저히 구속할 수 없는 힘이 넘어가는 것은 고려해 봐야 될 일 아니겠소?”

- 140쪽

“우리 종단(宗團. 종교 또는 종파[宗]의 단체[團] - 옮긴이)의 수치는, 그것이 수치라는 이유로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 152쪽

“성자(聖者)도 광대를 공경하거늘 …… 찬송가도 무도곡(舞蹈曲. 춤곡. 춤을 출 때 부르는 노래나 연주하는 음악 – 옮긴이)이 될 수 있겠지 …….”

- 162쪽

“정녕코 우리의 모험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가장 웃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만 것인가? 죽도록 고생해서 도착했더니, 세상에는 모험가들이 많고도 많아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 옮긴이) 이미 크라드메서(소설 속에 나오는 드래곤의 이름 – 옮긴이) 죽인 후(後. 뒤 – 옮긴이)였다. 뭐, 이런?

주인공이 주인공 노릇을 해야 하는 옛날 이야기에서라면 기가 막혀 나오기 어려운, 하지만 자신이 역사(갈마 – 옮긴이)의 주인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있는 ….”

- 187쪽

“귀한 것은 탐욕을 부르고, 탐욕은 재앙을 부르는 법이지.”

- 199쪽

“카뮤(소설 속에 나오는 드래곤 라자의 이름 – 옮긴이)는 그러더군. 인간은 죽음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 옮긴이) 죽음을 잊고 산다고. (그들은 – 옮긴이) 내일(올재 – 옮긴이) 죽을지도 모르면서 10년 앞을 내다본다던가?”

- 201쪽

“머릿속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친 듯이 달려가고 싶은 느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도저히 발걸음을 떼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203쪽

“난 초장이야. 하지만 초장이라도 드래곤 슬레이어(용을 죽이는 자 → 드래곤 사냥꾼 : 옮긴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 204쪽

“난 끔찍한 상상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하지만 끔찍한 상상도 때론 도움이 될 때가, 그럴 때가 있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상상을 믿어봐야 될 때가 있어요.”

- 205쪽

“우린 별로 고상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아. 하지만 죽음을 비웃어줄 순 있지.”

- 210쪽

“엉거주춤한 동작으로 당당하게 말한다는 것은 꽤나 난이도가 높을 거 같은데.”

- 214쪽

“성급함은 드래곤과 인간 모두 경계해야 할 악덕입니다!”

- 215쪽

“당신은 변화하지 않았소?”

“…… 변화했습니다.”

- 222쪽

“원래 숙명이라는 것은 공평이라든지 불공평이라는 말이 닿지 않는 영역에 있는 것이지.”

- 226 ~ 227쪽

“알고 있는 사실, 이미 짐작하는 사실을 묻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 방식이지, 드래곤과 드래곤 라자의 대화 방식은 아닐세.”

- 227쪽

“나는 말했소. 서로 다른 두 지성이 접촉하게 되면, 분명 변화는 일어나는 법이라고. 바다를 그리워하며 달려간 강물은 결국 바다(좀 더 정확히는, 바닷물 – 옮긴이)가 되어버리지.​”

- 229쪽

“자네는 나를 오해하고 있어.”

“오해라. 훌륭한 관계지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오해가 생기는 법인데, 드래곤과 인간 사이에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웃기는 일일 거예요.”

- 231쪽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이야. 하지만 ‘중도를 지킨다.’는 것은 양쪽의 극한으로 달려가는 것보다 두 배로 힘든 일이지. 양쪽을 모두 경계해야 되니까.”

- 234 ~ 235쪽

“도망가다가 반드시 뒤를 돌아보는 멍청한 동물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람도 그런 동물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 245 ~ 246쪽

“나는 네 살 궁리를 대신 해주지는 않는다.”

“부탁한 적도 없어요!”

“좋아. 알아서 잘 싸워.”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군요!”

- 252쪽

“모든 바람은 자유롭게 태어난다. 바람의 자유의 대가는 무엇인가. 그것은 죽을 때까지 언약의 공증인이자 전달자 노릇을 해야 된다는 것.”

- 280쪽

“소용 없어요! 도망가 봐야 아무 소용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크라드메서에게서 도망을 …….”

“어차피 인생의 경기장에서는 아무도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순 없다! 그건 그 경기의 규칙이야! 규칙을 수용하고 끝까지 달려!”

- 299쪽

“왜 꼭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 사람들은 주위에 없는 거지?”

- 305쪽

“나 지금 ‘몹시 좋지 않은 처지에 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이 – 옮긴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모종의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일어나서 달리자.>는 말을, 쿨럭. 너무 길게 하는군.”

- 308쪽

“내 인생은 그런 대로 괜찮았고, 아직 ‘마침표’는 찍지 않아도 될 거 같다.”

- 308쪽

“우리(인간들 – 옮긴이)는 ‘자신 밖에 있는 자신’을 무서워하죠. 왜냐하면 그것은 완전해 보이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자신이 – 옮긴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자신’을 만나게 되면, 곧 스스로가 가짜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빠져들어요.”

- 334쪽

“결과가 잔인하다는 이유로 선택을 미룰 순 없을 거야. (만약 그렇게 하면 – 옮긴이) 아픔만 길어지고 깊어질 거야.”

- 335쪽

→ 이상 모두 『 드래곤 라자 』 제 11권( ‘이영도’ 지음, ‘(주)황금가지’ 펴냄, 서기 1998년 )에서 퍼옴

▣ 옮긴이(개마두리)의 말 :

나는 올해의 40%(다섯 달)를 이 소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괴로운 현실 –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너무나도 힘든 일을 겪어야 했던 현실 – 을 버틸 수 있었음을 밝힌다. 이영도 작가님에게 “천 번의 감사를!”

- 단기 4355년 음력 11월에, ‘그래도 올 한 해를 어찌어찌 버티긴 했네.’ 하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몇 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