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쪽방촌에서 벌어진 교육 혁명

개마두리 2024. 12. 7. 22:25

쪽방촌 아이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자원봉사자 중엔(가운데는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현직 교사도 몇 명 있었는데, 아이들을 몇 번 가르쳐보고는 학습태도가 나쁘면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는데, 학습태도 자체가 없다.”/“공부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조차 모른다.”며 하소연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 또는 아빠가 서너 번씩 바뀐 경험, 길거리에서 노숙하거나 구걸한 경험 등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한국 옮긴이)에서 알코올 중독자와 노숙인, 범죄자가 가장 많은 동네에 살고 있었으니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폴레폴레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노숙인들에게 밥을 나눠줍시다.’라고(하고 옮긴이) 문자(순수한/새로운 배달말로는 쪽글’ - 옮긴이)를 돌리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오고,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 기부 특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자.’고 하면 수십 명이 두세 달씩 합숙하다시피 하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세계 최빈국 마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뜨겁고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변화로 이끌지 못할 존재가 과연 있을까. 아니, 뜨겁고 아름다운 영혼을 만났는데도 바뀌지 않을 존재가 과연 있을까.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하기(바뀌기 옮긴이) 시작했다. 책 따위 읽기 싫다며 교사의 얼굴에 침을 뱉고, 교사를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던 몇몇 아이가 교사의 도착 시간에 맞춰서 책상 앞에 공손히 앉아 있는 아이들로 변했다. 어떤 아이는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주먹부터 휘두르던 아이들이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이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예()에 맞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나는 이 문제를 예에 맞게 풀어야 한다.’고 자문자답하며 대화와 이해, 양보, 사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들로 변했다(바뀌었다 옮긴이). 아이들은 점점 선생님과 친구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학교의 문제아에서 리더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을 시화전 때, 그러니까 아이들이 논어 를 접한 지 6개월가량 흘렀을 무렵,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 ‘’, ‘’, ‘같은 논어 에 나오는 가치를 주제로 시를 썼다. 혹자(或者. 어떤 사람 옮긴이)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교육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 중(가운데 옮긴이)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공립학교 교사로 7년 가까이 일하면서 교육 관련 책을 다섯 권 넘게 집필했으며, 학급에서 최초로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름 교육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나지만 아이들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시를 쓰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른 교사들에게도 들은 적이 없다.

 

한번 돌아보라. 초중고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논어 의 내용을 주제로 시를 쓴 사람이 주위에 있었는지. 아마도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초중고교, 대학에서 ’, ‘’, ‘’, ‘같은 가치를 주제로 시를 쓴 학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는 일종의 교육 혁명이라고도 해도 과언(지나친 말 옮긴이)이 아니다. 다음은 나를 일주일(1옮긴이) 가까이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시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썼다.

 

덕치와 법치의 조화

 

한쪽만 고장나도

추락하는 비행기 날개처럼

학생에게 덕치로만 가르쳐도

법치로만 가르쳐도 안 된다

 

비행기가 날개로 균형을 맞춰

잘 날아가는 것처럼

덕치와 법치를 잘 섞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중략)

 

당신은 20여 년간 세계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다시 쪽방촌 공부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국 최악의 학습태도와 학습수준과 성품을 자랑(?)했던 아이들이 어느 날 논어 를 접했다. 사건은 아이들의 두뇌와 마음, 행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전국 저소득층 공부방 골든벨 대회에서 늘 하위권에 머물렀던 아이들이 전국 1위의 성적을 거두었는가 하면, 대기업 경영자들도 생각지 못한 덕치와 법치의 조화를 생각해냈고, 무례하고 폭력적이던 성품을 버리고 친구를 배려하며 어른을 공경하는, 이른바 인과 예를 실천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가 쪽방촌 공부방에서만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전국 저소득층 공부방에서도 동일하게(똑같이 옮긴이) 일어났다(여기에 대해서는 <부록 2. 인문고전이 가져온 믿을 수 없는 기적들>에 자세히 정리해놓았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는 곧 이러한 변화가 당신의 내면에서, 당신의 가정에서, 당신의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신이 변화의 주역이 되겠다고 마음먹기만 한다면 말이다.

 

당신은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 또는 대학원 때까지 대략 18 ~ 20년 동안 다음 네 가지가 혼합된 세계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1. 일제의 식민교육

2. 공장 노동자와 직업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설계된 프러시아(프로이센 옮긴이) 교육을 이어받은 미국 공립학교 교육

3. 친일파(종일파[從日派] - 옮긴이)의 우민화 교육

4. 군사정권의 독재교육

 

당신의 두뇌회로는 이 네 가지 쓰레기 교육의 기반 위애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당신의 인생에 그토록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 행동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지금 당신의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까닭은 옮긴이) 당신의 생각구조, 즉 두뇌회로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의 두뇌에서 일제와 프러시아와 친일파와 독재자가 심어놓은 저질 회로를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만든 위대한 회로를 심어야 한다. 두뇌의 생각구조를 완벽하게 바꿀 때 당신의 행동은 완벽하게 달라질 것이고, 그 바뀐 행동들이 쌓여서 당신의 인생이 완벽하게 바뀔 것이다.

 

- 이지성, 생각하는 인문학 , 39 ~ 45

 

→ 『 생각하는 인문학 ( 작은 제목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 ‘이지성지음, ‘()문학동네펴냄, 서기 2015)에서 뽑음(‘발췌’)

 

- 단기 4357년 음력 117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