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활동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보자. 그는 1년에 1억 이상 벌던 사교육 전문가였다. 어느 날 그는 TV에서 한 작가의 인문학 특강을 접하고는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바람으로 폴레폴레에 가입했다. 그리고 카페의 프로젝트 중(가운데 –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하나인 ‘1년 365권 독서 프로젝트’에 도전해 성공했다. 얼마 뒤 그는 나와 만났다. “이제 독서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는데,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세 가지를 말해주었다.
“첫째, 독서모임을 만들 것. 둘째,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를 시작할 것. 셋째, 세계 최빈국 마을에 우물을 파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
그는 첫째와 셋째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둘째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그러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이제 겨우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했을 뿐인걸요. 이런 제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인문고전을 가르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인문고전 독서를 제대로 하려면 지금 당장 봉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한번 해보겠다고 했고, 얼마 뒤 다시 연락이 왔다.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는 거였다.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저소득층 공부방이 적지 않게 있을 것입니다. 그중(그 가운데 – 옮긴이) 아무 곳이나 들어가세요. 그리고 앞뒤 재지 말고 바로 시작하세요. 그게 인문학입니다!”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두 사람과 함께 한 저소득층 공부방에 찾아갔고, 무작정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3개월 뒤 그는 사교육을 접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들과 노숙자(노숙인 – 옮긴이)들에게 밥을 퍼주고 인문고전을 가르치는 데 바치기로 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결심대로 살고 있다. 왜 그토록 급격하게 다른 인생을 살게 됐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들이 『 논어 』 를 접한 뒤 빠르게 변화하는(바뀌는 – 옮긴이) 모습을 보고, 대를 잇는 가난과 절망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는 물론이고(말할 것도 없고, - 옮긴이) 우리나라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 옮긴이) 내가 공부방 아이들에게 『 논어 』 대신 학습지 문제풀이를 시켰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결국 나는 사교육을 그만두었다. 집에서도 사교육을 없앴다. 우리 아이들은 시험만 봤다 하면 전(온 – 옮긴이) 과목 100점을 맞았다. 광적인 사교육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 옮긴이) 겁쟁이처럼 살았다. 늘 위축되어 있었고, 소심하게 행동했으며(굴었으며 – 옮긴이),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부모의 강압에 떠밀려 억지로 공부해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사교육을 끊었고, 대신 두 아이와 함께 인문고전을 읽었다. 그리고 두 아이에게 자유를 선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빠가 원하는(바라는 – 옮긴이)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 없다. 아빠가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아빠는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늘 가슴 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너희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에는 너희에게 전교 1등과 서울대 입학과 의사, 판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너희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너희가 진실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두 아이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두 아이가 진심을 알아줄 때까지 매일(날마다 – 옮긴이) 그렇게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두 아이는 안심하고(마음을 놓고 – 옮긴이) 공부를 내려놓았다. 곧 성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두 아이는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다시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전 과목 100점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두 아이는 부모를 위해 공부하지(배우지 – 옮긴이) 않는다. 자신을 위해 공부한다(배운다 – 옮긴이).
최근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느 집과 달리, 부모와 갈등이 없다. 두 아이는 입만 열면 ‘우리 집에서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게 (내가 – 옮긴이)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물론(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 옮긴이) 나와 우리 집이 변한다고(바뀐다고 – 옮긴이) 한국 교육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집이라도 변해야(바뀌어야 – 옮긴이)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앞으로는 연봉 1억을 벌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매우 가난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든든하고 행복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감사기도를 올린다.
전에는 아이들의 영혼을 죽이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뜻을 같이하는 열여덟 명의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있다. 이분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꽃처럼 아름답고 보석처럼 귀하다.
최근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새로운 사명을 선포했다. 우리 지역에 더 이상 불우한 아이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과 전국 저소득층 공부방에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올해 마흔넷이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말할 것도 없고, - 옮긴이) 영혼마저 죽어가는 시기다. 하지만 나는 스무 살 때보다 더 뜨겁고 더 순수하고 더 새로운 나 자신을 매일(날마다 – 옮긴이) 매 순간(순간마다 – 옮긴이) 만나고 있다(만난다 – 옮긴이).
어제 하루가 미칠 듯이 감사하고 오늘 하루가 눈물나게 감동적이며 내일(순수한 배달말이자, 옛 배달말로는 ‘올재’ - 옮긴이) 하루가 기적처럼 기대된다.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인문고전 독서교육 봉사활동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고!”
- 이지성, 『 생각하는 인문학 』, 364 ~ 367쪽
→ 『 생각하는 인문학 』( 작은 제목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 ‘이지성’ 지음, ‘(주)문학동네’ 펴냄, 서기 2015년 )에서 뽑음(‘발췌’)
- 단기 4357년 음력 11월 7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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