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신(神)의 것으로 신(神)의 것을 - 수피 우화

개마두리 2011. 12. 9. 20:02

 

 

한 사람이 어떤 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었다. 그 나무의 주인이 항의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나무 주인이 믿음이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신(神)을 두려워하겠소? 이 나무는 신의 것이고, 나는 신의 종이오. 신의 종이 신의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소?"

 

하지만 주인은 개의치 않고 그를 나무에 묶더니 막대기로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는 화를 내며 따졌다.

 

"신이 두렵지도 않소? 신의 종을 두들겨 패다니!"

 

주인은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느냐? 나와 이 막대기로 말한다면 또한 신의 것. 신의 것이 신의 것으로 신의 것을 두들겨 패는 것뿐인데?"

 

― 수피 우화

 

* 출처 :『숭어』(김정빈 엮음, 동쪽나라 펴냄, 서기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