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옛날에 어떤 생쥐가 … (인도 우화)

개마두리 2011. 12. 9. 20:11

 

옛날 어떤 도사가 크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작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난데없이 솔개 한 마리가 막 생쥐를 잡아채 가려고 했다. 그는 그 가엾은 작은 짐승을 구해 주려고 급히 달려가 욕심 많은 솔개 주둥이에서 생쥐를 빼 내었다. 그리고 숲 속에 있는 자기 오두막에 데리고 가서 먹을 것을 주며 보살펴 주었다.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수염을 꼿꼿이 세우고 꼬리를 바짝 쳐들고는 그 오두막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도사는 도술도 아주 잘 부렸기에 얼른 생쥐를 사나운 고양이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숲 속에서 개가 짖어대자, 가엾은 고양이는 침대 밑으로 달려가 재빨리 숨어 버렸다. 도사는 크기에 관해서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고양이를 큼직한 개로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굶주린 줄범(:호랑이를 일컫는 순우리말.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를 - 몸에 '줄무늬'가 그어진 범이라고 해서 - 줄범이라고 불렀다 : 옮긴이) 한 마리가 숲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그 개한테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도사가 곁에 있었기에, (그의 손짓 한 번으로) 개는 잘 생기고 늠름한 줄범이 되었다.

 

그러자 그 줄범이 으스대는 꼴이라니! 온종일 숲속을 돌아다니며 다른 짐승들 앞에서 우쭐거리지 않는가. 도사는 이 모든 것을 다 보았고, 줄범을 꾸짖었다.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하찮은 생쥐였어. 그렇게 뽐내고 다닐 것까진 없잖니."

 

줄범은 부끄러웠고, 분하기도 했다. 그는 노인에게서 받은 은혜를 다 잊어버리고 '누구든 날 생쥐였다고 말하면 죽여 버리겠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도사는 줄범의 생각을 다 알고 있었다.

 

"은혜도 모르는 녀석 같으니! 숲으로 돌아가 다시 생쥐가 되거라."

 

그래서 그 우쭐대던 '늠름한' 줄범은 도로 겁많고 보잘것없는 작은 생쥐가 되었다. 그리고 숲속으로 달아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사는 앉아서 다시 '크다는 것. 그리고 작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인도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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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 올챙잇적 모른다.' 마찬가지로 한번 힘이 세지면(또는 자기 처지가 나아지면) 옛 일을 깨끗이 잊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오만하게 굴거나, 남을 깔아뭉개는 짓만 하는 사람(또는 나라)이 있는 법이다.

(혹시 오늘날의 우리가 그런 건 아닌지? 생쥐였는데도 그 시절을 잊어버리고 자기가 무슨 '선천적으로 우수한[?] 족속'이며 '그러니 남들을 깔아뭉개도 된다.'고 믿으니 말이다. 안 그렇다면 어떻게 외국인 노동자나 비[非] 서구 국가들, '장애우', 정신병 환자, 여성, 빈민층, 농어민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가?)

 

― 옮긴이(잉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