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인삼과 도라지 - 우리 옛이야기

개마두리 2011. 12. 9. 20:22

 

한 장사꾼이 한약방에 인삼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다. 그는 약방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1만 냥이 필요해서 그러니 이 인삼을 맡아주시고 돈을 좀 빌려주십시오. 인삼이 10만 냥어치는 될 터이니 달아날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약방 주인은 눈이 안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인삼 보따리를 풀어보고는 대뜸 그 장사꾼에게 1만 냥을 꾸어주었다. 인삼 보따리는 묵직해서 정말 10만 냥어치는 될 것 같았다. 약방 주인은 인삼을 창고에 잘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약속한 날이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그 장사꾼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약방 주인은 인삼이 창고에 잘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닷새가 지났다. 장사꾼은 여전히 연락도 없었다.

 

약방 주인은 그제서야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창고로 가서 인삼 보따리를 풀어보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인삼인줄 알았던 것이 모두 도라지이지 않은가? 그는 정신이 아찔했다(도라지는 50냥어치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방 주인은 그날부터 몸져 앓아누웠다. 생돈 1만냥을 날렸으니 속이 편할 리가 없었다.

 

약방 주인의 아내도 근심이 태산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돌보며 한숨만 쉬었다. 약방 주인의 아들도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얘기를 전해 듣고 아버지를 간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방 주인은 잠결에

 

“아이고, 우린 이제 망했다.”

 

라고 되뇌이며 병이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좋은 생각이 났다며 어머니를 창고로 모셨다.

 

“어머니,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만 하시면 그 못된 장사꾼을 잡을 수 있어요.”

 

아들은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며 창고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사람이 드나들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어머니께서 골목길에 나가 이 구멍을 손짓하며 소리내어 우신다면 사람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세요. ‘맡아 두었던 인삼 10만냥어치를 모두 도둑맞았으니 이제 그 장사꾼이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옳단 말인가,’ 라고요. 그러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십시오.”

 

어머니는 당장 아들의 말대로 했다. 그러자 소문은 순식간에 온 마을에 퍼졌다. 몇 개의 마을을 건너간 소문은 마침내 못된 장사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장사꾼은 소문을 듣자마자 화살처럼 달려 약방으로 왔다. 도라지를 도둑이 훔쳐갔으니 겁날 게 없었다. ‘내 인삼을 물어내라.’고만 우긴다면 5만냥은 충분히 뜯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장사꾼은 문을 박차고 약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버럭 소리쳤다.

 

“내 인삼값을 물어 … ?”

 

장사꾼은 말꼬리를 흐렸다. 약방에는 벌써부터 포졸들이 오랏줄을 들고 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고 은 시인이 엮으신『세상에서 가장 슬기로운 이야기』(동쪽나라 펴냄)에 실린 것을 퍼옴 : 옮긴이

 

▶ 옮긴이의 말 : 꾀로 남을 속인 자는 꾀에 걸려들어 망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