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하늘의 제왕 - 캐나다 원주민의 옛날 이야기

개마두리 2011. 12. 9. 20:17

 

 

▶ 이 글을 읽기 전에 : 이 이야기는 서기 1991년 캐나다에서 만화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서기 1997년에는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다(유선방송국이 틀어줌). 나는 이 작품을 보고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썼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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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사람과 까마귀가 사이좋게 지냈다. 그런데 까마귀들은 장난이 지나쳐서 어부가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을 찢고 달아나거나, 아이들의 머리 위를 - 먹이를 낚아채는 시늉을 하며 - 날아다녀 겁을 주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까마귀한테 돌을 던졌고 까마귀는 그 돌을 맞고 죽어버렸다.

 

까마귀들은 화를 내며 해 표면으로 몰려들었으며 곧 해처럼 둥그렇게 뭉쳐 해를 가리고 햇빛을 막아 버렸다.

세상에 햇빛이 비치지 않자, 하늘은 어두워지고 온통 구름으로 뒤덮였으며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풀과 나무는 시들어 버렸고 세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워졌다.

 

제사장은 “비의 신령이시여! 하늘과 땅의 신령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저희를 용서해 주시옵소서!”라고 빌었고 “우리가 까마귀를 죽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높은 뫼(:山)에 올라가서 ‘하늘의 제왕(帝王)’을 모셔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때 - 까마귀를 죽인 아이의 벗인 - 한 소년이 나섰는데, 그는 홀로 높은 뫼에 올라가 몇날 며칠동안 위만 보고 걸은 끝에 마침내 (흰머리독수리의 둥지가 얹힌)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는 둥지에 다가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우연히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독수리 한 마리를 보았고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그 새끼독수리를 조심스레 들어 둥지 안에 도로 넣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독수리의 아버지인 아주 큰 흰머리독수리가 나타났는데(이 흰머리독수리는 사람보다 몸집이 몇 곱절[:배]은 더 컸으며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웠다), 소년은 독수리가 무서워 몸을 움츠리고 눈을 크게 떴다.

 

‘하늘의 제왕’은 소년에게 “왜 사람이 이곳에 찾아왔느냐?”고 따져물었고, 소년은 용기를 내 자신의 벗이 저지른 짓과 그 다음에 일어난 일, 그리고 자신이 ‘하늘의 제왕’의 새끼를 구해준 일을 말해주었다.

 

‘하늘의 제왕’은 소년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치켜세운 채) 엄숙한 목소리로 “법을 모르느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잡아야지.”

 

(그러니까 사람이 동물이나 물고기, 새를 잡으려거든 자신이 먹고 살 것을 얻을 때에만 죽여야지, ‘재미삼아’ 잡거나 다른 목적으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은 북아메리카의 원주민 사회나 아마존의 원주민 사회, 호주 원주민의 사회나 ‘산’족[:흔히 ‘부시맨’이라고 부르는 족속의 참 - 진짜 - 이름]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옮긴이)

 

라고 꾸짖었으나, 곧 “넌 그래도 순수하고 착해 보이는데다가 내 아이를 구해줬으니, 이번 한번만큼은 도와주마.”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년을 태운 다음 우박과 빗발을 헤치며 까마귀들이 해를 가린 곳으로 날아갔고, 눈에서 번개를 뿜어 까마귀 떼를 흩뿌렸다. 까마귀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해는 곧 다시 빛과 열을 내뿜어 이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늘의 제왕은 소년을 태운 채 마을로 내려왔고 소년이 자기 등에서 내린 뒤 마을 사람들의 칭송을 들으며 높은 뫼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장승[:토템플] 위에 ‘하늘의 제왕’과 하늘의 제왕을 모셔온 소년의 모습을 새겨 그들을 기렸다고 한다.

 

― 북태평양 연안 원주민들의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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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 : 원래는 ‘북태평양 연안’에 사는 원주민들한테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지만, ‘북태평양 연안’ 일대가 거의 다 캐나다 땅이라서 편의상 ‘캐나다 원주민의 옛날 이야기’로 소개했다.

 

※ 옮긴이의 말 2 :

 

만약 우리가 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절망스런 상황에 처한다면, 그리고 절망스런 상황이 주는 괴로움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면, 설령 자기가 직접 저지른 잘못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

 

아울러 ‘미래’와 ‘희망’은 용기를 내어 말하고 행동하는 이의 것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소년이 독수리가 무섭다고 말을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