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방 안에서 나오기 - 우리 옛이야기

개마두리 2011. 12. 9. 20:25

 

 

▣우리 선조들의 슬기를 알 수 있는 이야기라서 이곳에 올립니다 :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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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서당에서 훈장님이 아이들의 슬기를 알아보려고 이런 문제를 냈다.

 

“너희들 가운데 방 안에 앉아있는 나를 방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보아라. 성공한다면 상을 주겠다. 그러나 억지로 끌어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하면 훈장님을 방 밖으로 나가게 할까.’를 궁리했다.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그때 한 소년이 갑자기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방 밖에 계신 훈장님을 방 밖으로 나오시게 하기는 어렵지만, 거꾸로 방 밖에 계시는 훈장님을 방 안으로 들어가시게 하기란 식은 죽 먹기일 텐데.”

 

그러자 훈장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이 녀석아, 방 안에서 방 밖으로 나가나, 방 밖에서 방 안으로 들어오나 똑같지 뭐가 식은 죽 먹기냐?”

 

“아니예요. 저는 자신있어요.”

 

훈장님은 껄걸 웃으며 아무 생각없이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방 밖에 앉아있던 소년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훈장님, 제게 상을 주셔야겠습니다. 지금 훈장님께서는 방 밖으로 나오셨으니까요.”

 

“아니? 그래?”

 

훈장님은 다시 껄걸 웃으며 소년의 슬기를 칭찬했다. 물론 약속한 상도 주었다.

 

- 고은 시인이 엮은 책『세상에서 가장 슬기로운 이야기』(‘동쪽나라’ 펴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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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 :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말 수준높은 가르침이란 배우는 상대방이 ‘배운다’고 여기지 않고 ‘함께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야 하고, 정말 수준높은 설득은 듣는 사람이 ‘설득한다.’는 생각을 안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논문을 쓰거나 선언문을 만들 때라면 모를까)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상대방을 자기가 있는 곳에 강제로 끌고 가는 방법은 결코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