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퍼온 글]백기완 선생님의 말씀

개마두리 2012. 5. 16. 15:52

 

“‘뚫매’라는 우리말을 아시오? 처음 듣죠?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를 굴리면 와당탕 와당탕 깨지죠, 근데 깨지면서 자기를 깨뜨리는 것을 아울러 깨뜨리는 거요. 깨지면서 깨트리는 거, 그걸 보고 뚫매라고 해요(‘부활’이라는 뜻도 있음 - 옮긴이). 보수반동들은 산꼭대기에 잘 자리 잡고 있는 바위를 굴리듯이 이 땅의 억압받는 민중을 짓밟고 깨뜨리고 죽이려고 해. 그런데 죽임을 당하면서도 우리도 보수반동들을 깨뜨리는 거여. 이게 뚫매라는 거야.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뚫매라 이거야. 적으로부터 깨지면서 아울러 적을 깨뜨리는 것이다. 또 그렇게 깨져서 알알이 바스러진 모래알을 하나로 묶어서 일으키는 거, 그게 뚫매라니까. 알겠어? 진보적인 세력,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뚫매가 아니면 안 돼. 깨지면서 상대방을 깨뜨리고 다 깨진 모래알을 하나로 묶어서 역사를 일으키는 거, 이게 뚫매라고. 근데 조직내부 모순과 사람들 내면의 모순 때문에 적으로부터 깨지는 것이 아니라 알알이 스스로 바스러지고 있어. 뚫매의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뚫매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거야. 적으로부터 피해 받는 모든 민중, 그 파편들을 하나로 묶어서 중심을 일구는 것, 실천력의 중심이지. 뚫매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어. 요새 젊은이들은 진짜 전투적이고 변혁적인 낱말에 대해 책이나 신문에 나오는 낱말만 갖고 생각하려고 해. 수천 년 이어오는 민중들의 낱말이 있잖아. 거기에 실천적 함축미가 있거든.”

 

“진보정당이라는 것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야. 노동자의 바랄(꿈)을 실현하는 정치조직이지. 대변이라는 건 신문용어고, 의지를 실현하는 거야. 그런데 요즈음 진보정당이 그런 노동자의 의식이나 노동자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요즘 사태로 봐서는 다시 생각해야겠어. 생각할수록 참담한 심정이야.”

 

“시대정신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야. 역사라고 하는 것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자그마한 새싹 같은 거야. 그걸 우리말로 ‘나네’라고 해. 나네는 언 땅을 지고 어영차 일어서는 새싹이야. 가장 예쁜 여자를 미인이라고 하지, 그게 나네야. 언 땅을 지고 일어서는 건 보기엔 가냘프지만 그 예쁜 싹을 진보라고 해. 그 진보를 시대정신으로, 시간 개념으로 할 때는 진보적인 의지, 그렇게 말을 해야 해. 지금 봄이 와서 새싹이 돋아나는데도 사람들은 못 돋아나고 있어. 억압과 착취에 주눅 들고 개인주의 망발에 눈이 현혹되고 기가 죽어서 싹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지금 이명박 박근혜 오바마가 찍어 눌러서 땅이 굳어버렸잖아. 솟아나려고 하는데 모른 체 하고 돌아서서 자기만 출세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땅은 굳어 생명이 다 죽어가는 데도 말야. 이 나네 정신을 우리 시민들은 꼭 깨우쳤으면 좋겠어. 나네는 가장 보들보들 하지만 또 가장 억세고 기어이 뚫어 싹을 틔우는 거룩한 진보의 의지다 이 말이야. 그게 누구야. 바로 이 땅 언론 노동자들이다 이 말이야.”

 

-『미디어오늘』의 서기 2012년 5월 16일자 기사인「‘청년’ 백기완이 위기의 진보에 던지는 ‘일갈’」에 나오는 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 소장의 말씀(류정민·조수경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