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빈부의 차이

개마두리 2012. 5. 11. 21:49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모든 정치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계층 간의 차이는 비인간적인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보다 오히려 평등에 기초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등은 옛 사회주의(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산주의’ - 옮긴이) 국가들에서처럼 결코 획일성을 의미하지 않고, 삶의 기회에 있어서의 평등과 생활환경의 평준화를 의미한다.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서는 한 사회의 공공복리는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사회 구성원들의 내적인 통합도 이루어질 수 없다. 극도의 사회적 불평등이 지배하는 국가들은 극도로 불안정한 사회들이다.…

 

빈곤에 대한 대안은 부(富)가 아니다. 즉 빈곤과 부의 문제에 대한 대안은 다름 아닌 공동체다. 독일인들이 세계대전을 치르고 나서, 한국인들이 6.25 전쟁을 겪고 나서 굶주림을 체험했던 당시처럼 우리가 가난을 공동으로 짊어지면서 서로를 보듬어 안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공동체적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 가난 속에서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한 근거 없이 누구는 잘살고 누구는 못사는 불평등이야말로 가난을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만든다. 부자들로 말미암아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성이 깨어지는 일이야말로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다. 우리 모두가 정의로운 상황 속에 머무른다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안에서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상호 간에 돕는 힘은 사라져버리게 될 것이다. 한 사회의 통합은 끝장나고, 앞으로 태어날 미래 세대들은 죄과를 짊어지며, 이 땅의 자연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희망의 윤리』(위르겐 몰트만 지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