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프림’ 좀 타주세요? 마케팅 용어에 속지 마세요

개마두리 2012. 5. 16. 16:03

 

-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 강상헌(언론인) communicator@paran.com

 

커피 맛을 부드럽게 하려고 섞는 ‘프림’은 성분(成分) 때문에도 시비의 대상이 되지만, 말 자체로도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쓰지 않거나, 입에 익어 정 끊을 수 없다면 최소한 ‘문제점’은 알고 써야 한다.

미국 사람이 ‘프림’이란 말 들으면 (사람이) 깐깐하거나 새침하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영어 단어 prim의 뜻이다. 그러나 따뜻한 커피가 든 잔과 ‘프림 통’을 내밀며 “프림 좀 타세요”하면 눈치로 알아듣기는 할 것이다. ‘크림 파우더’(크림 가루)라고 하면 뜻이 통하겠다.

 

그 프림은 ‘가루로 만든 우유 크림’ 정도의 뜻이다. 한 업체가 만든 프리마라는 그런 용도의 제품 때문에 프리마와 크림 단어가 합쳐져 프림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 전에는 깡통에 든 ‘연유’라는 달착지근한 액체를 커피에 탄 기억도 있다. 우유로 만든 크림이라고 생각했던 ‘프림’에 ‘카제인나트륨’이라는 화학적 합성품이 들었다고 하여 말들이 많다.

 

사전은 이 성분을 ‘식품의 점착성(粘着性) 및 점도(粘度)를 증가시키고 유화안정성(安定性)을 증진(增進)하며 물성(物性) 및 촉감(觸感)을 향상시키기 위한 첨가물(添加物)’이라고 설명한다. 유화(乳化 emulsification)는 두 종류 이상의 액체가 섞여 식용으로 활용하기 적당한 상태의 다른 액체(에멀션)로 만들어지는 것.

 

복잡하다. 당장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왜 필요하지도 않은 ‘복잡한’ 물질인 ‘첨가물’을 먹느냐며 ‘프림’ 대신 우유를 섞어 마시는 이들도 많다. 필자도 그렇다. 이런 주제에 ‘전문가’들은 ‘허용기준치(許容基準値)를 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을 자른다.

 

살아보니, 사람도 음식도 물건도 제도도 단순한 것이 더 나은 것 같더라. 말이 길면 함정이 있다, 잘 생각해야 허방에 안 빠진다.

 

식품은 순수(純粹)할수록 좋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이른바 ‘불량식품’이 더 맛있다는 이도 있다. 각자 판단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시비 등에 편승해 한 업체는 그 첨가제가 말고 다른 성분으로 만들었다며 커피 마케팅 활동을 펴기도 한다.

 

기업의 광고 이미지나 판촉 문구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상이다. 요즘은 아예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여 효과를 얻으려는 ‘못된’ 의도를 담은 마케팅도 없지 않다. 고객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것이다. 글 배운 사람들이, 머리 좋고 연봉 많이 받는다는 광고회사 등의 일부 그런 사람들이 말이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리라.

 

그래서일까. 아예 상표인 프리마를 일반명사로 착각하거나 혼용(混用)하는 이들도 있다. “프리마 타서 마셔라.”하는 식이다. 프리마(prima)는 ‘프리마 돈나’(여주인공) ‘프리마 발레리나’처럼 쓰이는 단어로 ‘제일의, 최고의’의 뜻이다. 크림이나 ‘프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다.

 

이제 외래어 외국어를 입에 올릴 때는 한번쯤 ‘원본(原本)’을 생각해 볼 일이다. ‘짝퉁’ 말글로는 세련된 티를 낼 수 없다. 뜻 일그러진 묘한 말로 남을 어찌 감동시킬 수 있으랴? 더 멋진 우리말이 있으면 이를 사용하는 것에 주저할 필요 없다. ‘있어 보이는 것’ 말고 ‘진짜’ 교양의 첫걸음이다. 가방이나 옷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람은 짝퉁이 아니다.

 

<토/막/새/김>

 

일일섭취허용량(ADI), 한 물질을 사람이 일생 매일 먹어도 괜찮은 분량이란다. 전문분야 인사들의 금과옥조 중 하나다. 농약잔류(殘留)허용량이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첨가제 색소 방부제 농약 등 우리가 보통 섭취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질들을 다 합쳐 따지는 개념은 무엇인가? 게다가 수질오염 대기오염 등으로 우리가 피할 수 없게 된 ‘물질’들을 두루 염두에 둔다면 그 용어들의 의미 참 허망하다. ‘복합오염’이란 말이 있다. 개개 오염 물질마다 허용기준은 있지만, 그것들이 합쳐져서 생기는 현상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고 책임도 모호하다. 암(癌)과 기형아 발생이 크게 느는 원인, 대개는 잘 모른다. 과학을 방패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겸허(謙虛)해야 한다. 특히 ‘배운’ 사람들은.

 

-『미디어오늘』서기 2012년 5월 16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