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하와이 좋아하는 박근혜씨, 와서 수영해보시오"

개마두리 2012. 5. 3. 00:03

 

[해외시각]하와이 평화운동가가 박근혜에 보내는 초대장

 

- 김봉규 기자(번역)

 

- 기사입력 : 2012-05-02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유난히 하와이를 강조하고 있다. 진주만에 미 해군기지가 들어선 하와이가 관광 명소가 된 것처럼 제주도를 "안보도 지키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민군 복합기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1일 제주를 찾아 "해군기지는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고 제주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인데 갈등과 반목이 이어져 안타깝다"며 "제주를 하와이처럼 안보를 지키면서 휴양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군기지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제주를 먹여살린 감귤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하와이 사람들은 박 위원장의 견해에 동의할까? 십 수년간 하와이에서 평화운동에 힘써온 카일 카지히로(하와이 원주민이거나 아니면 하와이에 사는 일본계 미국인인 듯하다 - 옮긴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에게 보낸 글에서 "박근혜 씨를 초청해 진주만 앞바다에서 헤엄쳐 보라고 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활동가 최성희 씨가 2일 이메일 소식지를 통해 소개한 이 글에서 카지히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하와이를 점령하고 전초기지로 만든 후 원주민들이 겪은 비극을 압축해 소개했다. 원주민들에게 양식의 보고가 됐던 진주만은 유독성 화학물질에 찌든 해군기지가 됐고, 하와이 경제는 미 정부가 뿌리는 예산에 취한 채 자체적인 생산 능력은 나날이 취약해져 간다는 것이다.

 

카지히로는 지난 2007년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수용했을 때도 방한해 하와이의 미래가 될 제주도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최근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자 김황식 총리와 하와이의 김봉주 호놀룰루 총영사에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먼 곳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편집자>

 

하와이의 비극, 제주의 미래에 보내는 경고

 

박근혜 씨는 군사기지가 하와이에 이로웠으니 제주도에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큰 실수를 범했다. 미국은 전초기지를 세우기 위해 하와이에 세워졌던 주권국(하와이 왕국. 서기 1894년에 망해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 옮긴이)을 침공(‘침략’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 옮긴이)해 점령했다. 이에 따라 기지 부지와 훈련 장소 등을 위해 약 20만 에이커(약 8억 937만㎡) 이상의 토지가 수용당했다. 그 결과 900곳 이상의 군사 오염지대가 생겨나는 등 환경 파괴가 자행되었음이 미 국방부에 의해 확인됐다. 미군의 유독성 혼합물에는 폴리염화비페닐(PCB), 사염화에틸렌(PERC), 비행기 연료, 디젤, 수은, 납, 방사능코발트60, 불발탄, 과연소산염, 열화우라늄이 포함됐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이 하와이를 점령했을 때(서기 1941년 일본군이 하와이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로 미루어볼 때 2차 대전 이전에는 미군기지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그 뒤 오늘날과 같은 규모로 늘어난 듯 하다 - 옮긴이) 군은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하와이의 토지를 빼앗았다. 그 곳에 살던 공동체(의 주민들 - 옮긴이)는 쫓겨났고 그들의 집과 교회, 건물들은 흔적도 없이 부서지거나 포격 훈련의 타깃(표적 - 옮긴이)으로 활용됐다. 원주민들에게 신성시되던 장소들은 폭탄으로 파괴되거나 철조망에 둘러싸였다.

 

최근에는 하와이 제도 오아후(O'ahu) 섬 격리구역에서 차량이나 임시천막에 살던 수백 명의 원주민 가구가 쫓겨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섬 내에서 난민이 됐다. 소위 군사화가 가져다둔 '혜택'의 증거다. 그 사이 미군은 오아후 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3000에이커의 땅을 점령했다.

 

대부대의 주둔이 안보를 가져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미군 주둔으로 인해 하와이는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주요한 타깃이 됐다. 하와이의 군사화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인종차별과 계엄령을 불렀고, 제국을 확장하려는 미국에 발판을 제공했다. 미국은 군사적 이익 때문에 제국을 섬기는 방식으로 하와이의 개발을 왜곡시킴으로써 지역 공동체의 요구와 안전을 계속해서 무시했다.

 

필자는 박근혜 씨가 하와이의 가장 유명한 군사 관광지인 진주만(원주민들이 붙인 실제 이름은 '케 아왈라우 오 푸울로아'(Ke Awalau o Pu'uloa)다)에서 수영해보라고 초청하고 싶다. 그 지역의 바다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박 씨가 멀리까지 가기도 전에 군사 해역을 넘어갔다는 혐의로 미 해군에 의해 체포당할 것이다. 미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박물관들을 제외하고는 진주만에서 관광이란 전무하다.

 

케 아왈라우 오 푸울로아는 군사화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다. 미국은 케 아왈라우 오 푸울로아를 전략적 항구로 쓰기 위해 하와이 왕국을 침공해 점령했다. 한때 광활한 습지 농경지이자 수경 재배지로 오아후 섬에 살던 수천 명의 하와이 원주민들을 먹여 살린 가장 풍부한 어장 중 하나였던 케 아왈라우 오 푸울로아는 공해방지에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거대한 유독지대가 됐다. 미 해군은 현재 진주만 해군기지 안에서 약 749곳의 오염지대를 확인했다. 케 아왈라우 오 푸울로아에서 나온 수산물은 더 이상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 유명했던 진주조개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미군이 하와이 경제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건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우 비싼 대가가 따랐다. 군에 의해 창출되는 경제는 인위적이다. 이는 주로 섬의 특정 사업을 위해 돈을 마치 마약처럼 투여하는 군산복합체의 부패한 절차가 낳은 산물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환경과 원주민들의 권리·주권·평화를 훼손시킴에도 정치인, 사업가, 심지어 노조까지 미 연방정부가 주입하는 자금에 중독됐고, 다음에 투여될 자금을 좇느라 필사적이다. 그 사이 아름답고 건강한 우리의 자연 환경과 풍부한 문화로 대표되는 하와이의 실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하와이의 군대(하와이를 점령/감시하는 미군 - 옮긴이)가 주는 경제적 혜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항상 "누가 돈을 받는가? 누가 그 값을 치르는가? 실제 그런 의존적 경제로 치르는 사회·문화 · 환경적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원주민들은 언제나 군대에 의해 자신들의 땅을 도둑맞았고 파괴당했던 이들이다. 그들과 기타 빈곤층은 기지 인근의 유독성 지대에 산다. 하와이는 수입(식품의 90%가 수입산)과 미 연방정부의 지출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면서 자체적인 생산 능력은 고사(枯死. 말라죽음 - 옮긴이)될 위기에 처했다. 그 사이 군이 창출하는 경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은 얻은 이들은 소위 '번영'이 초래한 파괴를 양분으로 살아가는 하청업자들이다.(많은 이들이 새로운 군사 자금이 승인될 때마다 하와이로 몰려든다)

 

제주도에는 군사력 확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독특한 문화와 자연이 있다. 태평양의 이 아름다운 섬들은 우리가 작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정부들 때문에 타깃이 됐다. 그러나 섬들은 고립될 필요가 없다. 태평양의 사람들(오세아니아의 원주민인 폴리네시아 인과 멜라네시아 인 - 옮긴이)이 수 세기에 걸쳐 알고 있는 것처럼 ‘카 모아나뉘아케아(the great ocean, 대양. 폴리네시아 인의 말인 듯하다. 하와이 원주민도 크게 보면 폴리네시아인이다 - 옮긴이)’는 우리를 통합하고, 우리에게 삶과 문화, 식량, 연대를 가져다 준다. 우리는 우리 지역의 바다를 넘어 노력을 합치고 연대를 넓혀야 한다. 우리를 삼키려고 위협하는 저 거대한 물고기(군사문화와 강대국의 폭력 - 옮긴이)를 막기에 충분히 크고 튼튼한 그물을 짤 수 있다.

 

*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502153646§ion=05

 

(<프레시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