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녹색 성찬’ 세 자매의 행복한 식탁

개마두리 2012. 9. 22. 21:01

- 유기농 재료로 친환경 레스토랑

 

-『경향신문』서기 2012년 6월 15일자 기사

 

- 목정민 기자

 

요리를 할 때도 환경을 생각하는 세 자매가 있다. 서울 방배동에서 친환경 레스토랑 '더 그린 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수정(44), 김윤정(39), 김은희(36)씨가 그들이다.

 

세 자매는 성격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하나다. 김수정씨는 푸드 컨설턴트. 김윤정씨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은희씨는 레스토랑 운영자이자 프랑스 요리사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막내 은희씨다. 2005~2006년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친환경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고, 푸드 컨설턴트와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던 언니들이 힘을 합했다. 은희씨는 지하철을 타고가다 문득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이 가득 채워진 식탁'을 만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이 바로 '더 그린 테이블'이다.

 

(<더 그린 테이블 >은 서울 방배동에 있는 녹색식당이다)

 

■ 요리할 때 환경을 생각한다

 

음식을 만들 때도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가령 기름으로 음식을 튀기면 공기 중으로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튀기고 남은 기름을 그냥 버리면 하수도가 오염된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요리법은 일단 음식을 튀기지 않는 것이다. 굳이 튀겨야 한다면 재료에 올리브 기름을 발라 오븐에 굽는다. 주로 데치거나 생으로 먹는 요리법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 요리라고 해서 겉모습만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 자매의 요리 철학은 한국의 건강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맛깔나고 친환경적인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 자매가 녹색으로 뭉치는 데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수정씨는 "어린 시절 철도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년에 한번씩은 이사를 했다"며 "이때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배웠다"고 말했다. 새로 이사간 곳의 산은 꼭 올라봤고 들도 뛰어다녔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곧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로 이어진 것이다.

 

식생활도 평범하지 않았다. 세 자매는 어렸을 적 별명이 '염소'였을 만큼 야채를 즐겨먹었다. 윤정씨는 임신했을 때도 제일 먹고싶은 음식이 나물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 셋이서 튀김닭 한마리도 먹지 못했다. 은희씨는 "평소 야채만 먹고 지내서인지 튀김닭을 먹으려면 두 조각 이상 먹지 못해 서로 먹으라고 떠밀곤 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저탄소 식습관을 키웠다"고 전했다.

 

보통 미국을 기준으로 4인가족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을 키우고 수송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이었는지, 셋째 은희씨는 환경공학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했다. 세 자매 모두 서른이 넘어서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신선함

 

세 자매의 철칙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식재료는 농장에서 덜 익은 채로 수확됐을 뿐 아니라 농약이 뿌려져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윤정씨와 셋째 은희씨는 2007년부터 전국의 유기농 농장을 샅샅이 찾아다녔다. 식재료가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들의 노력은 신선한 재료와의 만남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윤정씨는 "전국 농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양심을 가지고 선량하게 열매를 한알한알 키우는 농부들을 만나게 된다"며 "이들이 사랑으로 키운 신선한 제철과일·채소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신선도가 핵심이기 때문에 너무 상업화된 농장은 배제한다. 이들이 현재 직거래하는 농장은 7곳 이상이다.

 

한번은 아오리 사과 농장을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하다가 몇달 만에 겨우 농장을 찾았는데, 농장 주인은 2주일이 지나야 사과가 익는다며 팔지 않았다. 그땐 이미 슈퍼에 아오리 사과가 나와 있었다. 은희씨는 "그때 신선한 식재료를 만나려면 역시 산지를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마트에서 파는 것은 억지로 익힌 것들이니까 맛도 잘 안나죠."

 

이들은 식재료를 선택할 때도 일부러 다양한 품종을 찾아다닌다. 우리들 식탁이 단순한 품종에 잠식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트에 흔한 사과는 주로 '골든 딜리셔스(Goldedn Delicious)'라는 품종이다. 그러나 사과의 품종은 실제로 다양하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1800년에 미국에는 7100종의 사과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현재 겨우 300종만 남았다. 그마저도 슈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손에 꼽힌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더 그린 테이블표 사과 에이드이다. 요즘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홍옥이라는 사과품종을 재배하는 농장을 경기도 가평에서 겨우 찾아내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에이드를 만들어냈다. 식탁에서 밀려났던 과일을 멋지게 귀환시킨 것이다. 마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흰색 오디를 이용해 특별한 오디타르트도 만들어냈다.

 

은희씨는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사로 일할 때 지역에서 생산된 못생긴 토마토를 먹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며 "원래 과일은 크고 작은 게 뒤섞이고 얼기설기 생긴 것이 맛이 좋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과일과 야채를 상품화하면서 오히려 이런 지역 먹거리 품종이 단순화되고 농약도 많이 치게 된다는 말이다.

 

식재료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를 푸드마일리지라고 하는데, 한국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푸드마일리지가 월등히 높다. 가능한 한 수입 식재료를 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에 필요한 루콜라야채나 허브는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직접 재배한다.

 

음식물쓰레기도 최소화했다. 평균 하루 30명 정도의 손님을 치르는 레스토랑 '더 그린 테이블'에서 하루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5ℓ정도로 적다. 가장 작은 음식물쓰레기 봉투 한개 정도다. 생선뼈나 생선머리나 과일의 껍질 정도만 버리고 나머지는 모두 식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 자매의 녹색식탁 실천은 환경부가 환경실천 메시지를 엮어 펴낸 '초록나침반'에도 실렸다. 환경부는 이 책의 수익금을 아프리카 수단 어린이들을 위한 우물만들기 사업 기금을 모으는데 기부할 예정이다.

 

■ 세 자매가 추천하는 녹색 요리법

 

▶ 김수정의 '버섯초회무침 비빔밥'

 

"요리 과정에서도 탄소와 유해물질이 생기죠. 그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육류를 줄이고 채소를 즐기게 됐습니다. 볶고 튀기기보다는 간단한 조리법으로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하게 됐어요. 특히 이 요리는 버릴 것 없는 버섯을 데쳐 무치기 때문에 쓰레기는 물론 물 사용량도 적어요."

 

< 재료 > 느타리·새송이 버섯 200g, 당근 20g, 고춧가루 1큰술, 2배식초 1큰술, 설탕 2분의 1큰술, 소금 4분의 1작은술, 다진마늘 2분의 1작은술, 통깨·참기름 약간.

 

< 만드는 법 >

 

1. 버섯을 먹기 좋게 찢는다.

 

2. 소금을 조금 넣고 끓인 물에 버섯을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3. 당근을 곱게 채썬다.

 

4. 그릇에 양념을 모두 넣어 섞은 뒤 버섯과 당근을 담고 골고루 버무린다.

 

5. 기호에 따라 식초와 설탕을 추가한다.

 

▶ 김윤정의 '토마토 된장국'

 

"제철 채소는 영양과 맛이 뛰어납니다. 제철 농산물을 많이 소비하면 폐기율도 줄고 농가도 잘살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소중한 된장국에 제철 채소인 토마토로 맛을 낸 건강한 음식입니다."

 

< 재료 > 토마토 1개, 애호박 2분의 1개, 모시조개 10개, 다시마·멸치육수 3컵, 대파 1조각, 된장 2~3큰술

 

< 만드는 법 >

 

1. 토마토와 애호박을 2×2㎝로 썰고 대파는 둥글게 채썬다.

 

2. 모시조개를 소금물에 담가 해감한다.

 

3. 다시마 육수를 팔팔 끓이다가 된장을 넣고 잘 풀어준다.

 

4. 육수가 끓면 모시조개를 넣어 끓인 뒤 애호박을 넣어 반쯤 익으면 토마토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 김은희의 '채소 퓨레 곁들인 연어 & 랑구스틴 구이'

 

"내 고장에서 재배된 음식을 먹으면 온실가스는 물론 에너지도 줄일 수 있어요. 자극적인 조미료 대신 당근·감자·단호박 같은 천연재료를 졸여 만든 농축베이스(퓨레)로 맛을 더했습니다."

 

< 재료 > 연어, 양파, 샐러리, 랑구스틴 3개, 당근퓨레 1큰술, 가지퓨레 1큰술, 사과퓨레 2큰술, 컬리플라워 퓨레 1큰술, 피클 약간, 소금·후추 약간

 

< 만드는 법 >

 

1. (퓨레 준비) 껍질을 벗긴 당근·감자·단호박을 얇게 저민 뒤 냄비에 찬물, 약간의 소금과 함께 넣어서 푹 삶는다. 잘 으깨지는 정도가 되면 믹서에 곱게 간다.

 

2. 연어는 껍질을 벗긴 뒤 올리브 기름을 바르고 소금으로 양념한다.

 

3. 오븐에 양파와 샐러리를 올리고 올리브 기름을 뿌린 뒤 1의 연어를 얹어 굽는다. 110도에서 예열된 오븐에서 약 15분 굽는다.

 

4. 랑구스틴은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떼어낸 뒤 올리브 기름을 뿌려 달군 팬에서 구워낸다.

 

5. 흰 접시에 퓨레를 올려 장식한 뒤 연어를 올린다.

 

세 자매의 음식쓰레기 줄이는 법

 

한국인 한명이 하루동안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0.27㎏이다. 한국인 한명이 하루 배출하는 생활쓰레기의 양이 0.96㎏인 것과 비교하면 약 30%가 음식물로 버려진다는 말이다. 녹색 세 자매가 생활 속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제안했다.

 

■ 일주일 단위로 식단 짜기

 

집에서 식사하는 식구 수와 횟수를 파악한다. 일주일 단위로 메뉴를 정해놓고 필요한 재료만 구입한다. 냉장고에서 썩거나 버려야 할 음식물이 줄어든다. 주말에는 외식하는 경우가 많으니 식단은 주5일로 짜는 것을 추천한다.

 

■ 장 볼 품목 미리 적기

 

장에 갈 계획이라면 반드시 사야 할 품목을 적는다. 마트의 각종 할인이벤트나 묶어서 할인해 파는 제품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식재료는 충동구매를 하면 다 못먹고 버리기 일쑤다. 식구가 적으면 대형마트보다는 근처의 채소·과일가게에서 조금만 구입해 신선한 식재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장 본 뒤 바로 손질하기

 

장 본 뒤 식재료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봉투에 물이 고여 채소는 무르고, 과일은 서로 부딪혀 빨리 상한다. 사온 뒤 바로 먹기 직전 상태 또는 한끼 분량의 상태로 손질해 냉장·냉동시켜야 한다. 채소는 바로 손질하지 않으면 유해 미생물에 노출되거나 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버려지는 재료도 거의 없고, 나중에 다듬는 과정이 없어 요리시간도 줄어든다.

 

■ 냉장고 속에 있는 품목 파악해놓기

 

아무리 계획적으로 물건을 사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쓰레기가 되기 일쑤다. 식재료는 내용물이 보일 수 있도록 투명용기에 담는다. 냉장고 문이나 용기마다 품목을 적어놓으면 찾기 쉽다. 그리고 물건을 언제 구매했는지도 알 수 있어 남아있는 재료를 다시 구입하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식재료는 먼저 보관한 것부터 사용하는 게 좋다.

 

-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