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 이야기 - (1)편

개마두리 2013. 4. 18. 21:34

- “대초원에 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우화

 

(단, 이 이야기가 다코타 족의 이야기인지, 디네 족의 이야기인지, 코만치 족의 이야기인지, 샤이엔 족의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 옮긴이 잉걸)

 

- 다코타 : ‘동맹/동무’라는 뜻. 수(Sioux)족의 정식 호칭.

 

- 디네 : ‘사람’이라는 뜻. 아파치(Apache)족의 정식 호칭.

 

# 잉걸의 보충설명 :

 

아시다시피 ‘제레미’라는 이름은 영국식 이름이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앵글로 색슨식 이름이다). 그런데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원래 영어가 아닌 다른 말을 썼다. 따라서 원래는 이 우화의 주인공이 ‘제레미’가 아니라 다른 이름을 썼는데,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미국 백인들에게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불행히도 주인공의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1. 생쥐 마을에서의 삶

 

옛날 옛날에, 제레미라는 이름을 지닌 생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제레미는 다른 생쥐들과 마찬가지로 숲 속 어딘가에 숨겨진 조그만 생쥐 마을에서 살았지요. 그는 항상 여기저기를 허둥지둥 돌아다니느라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습니다.

 

사실 잠시 동안만이라도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항상 코를 실룩거리며 이리저리 발가락을 흔들며 눈앞을 살폈지요.

 

제레미는 다른 생쥐들과 마찬가지로 앞을 멀리 내다볼 수도, 사물을 똑똑히 볼 수도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생쥐들은 항상 머리를 땅으로 향한 채 살아가게 되어 있었으니 말이죠.

 

사실 제레미는 다른 생쥐들처럼, 그저 그런 일이나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법 바쁘고 부산스럽게 돌아다녔지요. 나뭇잎 아래 숨어 있는 알곡이나 누가 흘리고 간 먹을거리를 찾는다는 건 마치 보물찾기와 같았거든요. 어차피 생쥐들이 할 일이란 여기저기 깡총거리며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 전부지만 말이예요.

 

2. 내면의 소리

 

그런데 어느 날, 제레미는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디선지, 누구의 소리인지 모르지만 저 멀리서 커다랗고 격렬한 소리가 들려왔지요. 여태까지 제레미는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익숙했고 온갖 들짐승들과 날짐승들이 내는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어디서 오는, 무엇의 소리인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날 듣게 된 소리만큼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완전히 다른 새로운 소리였던 것입니다.

 

제레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습니다. 또한 두발로 몸을 곧게 세운 다음, 사방을 둘러보고는 수염을 쫑긋거리며 공기 중에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대체 저게 무슨 소리일까?’하고 말이죠.

 

하루는 그 소리가 너무나 궁금해서 동료 생쥐에게 달려가서 물었습니다.

 

“형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나?”

 

동료 생쥐는 땅바닥에서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그리고 난 지금 너랑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

 

그는 제레미가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바람처럼 재빨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제레미는 그 소리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생쥐에게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그 소리를 들었다는 생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

 

두 번째로 물어본 생쥐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갸우뚱하며 제레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소리? 무슨 소리?”

 

그리곤 제레미가 그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나무들 사이로 쏜살같이 뛰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3.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

 

제레미는 만나는 생쥐마다 혹시 처음 듣는 그 신기한 소리를 들었는지 물어봤지만 다른 생쥐들이 그 소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레미는 답답하고 실망스러웠지만, 차라리 모두 잊어버리고 바쁜 척 하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바쁘게 살 수 있는지, 이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제레미는 다른 생쥐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마을 주변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게 돌아다녀도, 그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지요. 제레미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하고 못들은 척 하려 했지만, 그 소리는 오히려 더욱 생생히 들려오고 있었답니다.

 

잊으려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 소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 그 궁금증을 참고 넘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소리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는 이 소리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혼자서 조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제레미는 생쥐 마을을 떠나 그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레미가 혼자 생쥐 마을을 떠나기로 굳게 마음을 먹자,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고 뚜렷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바쁘게 일을 하는 척 하다가 말고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쪼그리고 앉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곤 했습니다.

 

4. 마을을 떠나는 제레미

 

제레미는 생쥐 마을의 울타리 옆에 서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날마다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떨어진 곡식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비한 소리에 많은 시간 귀를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산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제레미는 이 소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제레미는 고개를 돌려 생쥐 마을의 울타리를 넘어 넓고 드넓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