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길을 가로막은 바위

개마두리 2013. 9. 2. 14:55

 

 

어느 날, 왕이 병사들에게 궁전으로 들어오는 길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위를 갖다 놓으라고 명령했다. 그러고는 궁전 창문 앞에 앉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궁전으로 들어왔다. 그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상을 비롯한 신하들, 부유한 상인, 농부들, 병사들 등 온갖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모두들 바위가 길에 놓여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별말 없이 바위 주위를 빙 돌아서 오고 갔다. 몇몇 사람들은 백성들에게 그렇게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면서 길에 있는 바위 하나 치우지 않는다고 큰소리로 왕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행색이 허름한 농부가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는 궁전으로 채소와 과일을 가지고 오는 길이었다. 농부는 바위를 보고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했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등에 지고 있던 광주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두 팔로 바위를 감싸 안고서 있는 힘을 다해 밀기 시작했다.

 

농부의 온몸은 이내 땀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바위와 사투를 벌인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결국 바위를 가장자리로 밀어놓는 데 성공했다. 광주리를 다시 등에 지려는 참에 바위가 놓여 있던 자리에 작은 자루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얼른 그것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자루 속에는 황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왕이 직접 쓴 종이쪽지가 있었다.

 

‘황금이 담긴 이 자루는 바위를 길 한가운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은 사람의 것이다.’

 

- 출처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제브데트 클르츠 엮음, 이난아 옮김, 푸른숲 펴냄, 서기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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