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몽유병자

개마두리 2013. 8. 19. 20:43

 

 

내가 태어난 마을에 살던

어떤 여자와 그 딸은 둘 다 몽유병자였다.

 

어느 날 밤, 정적이 온 세상을 감싸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잠든 채로 마을을 헤매이다

안개가 드리운 뜨락에서 마주쳤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드디어 만났구나, 이 원수야!

너 때문에 내 젊음은 다 망가지고 말았어.

넌 내 인생의 파멸을 밟고 서서 네 인생을 가꾸었지!

널 죽여 버렸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그러자 딸이 말했다.

천하의 이기적이고 몹쓸 늙은이 같으니라고!

당신은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어.

내가 당신처럼 살다가 늙었으면 하고 바라겠지!

당신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그때 새벽닭이 울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머니가 인자하게 말했다.

얘야, 거기 있는 게 너니?”

딸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 엄마.”

 

- 칼릴 지브란 선생의 우화

 

#출처 :광인(칼릴 지브란 글, 권국성 옮김, 진선출판사, 서기 2004)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가로막은 바위  (0) 2013.09.02
▩소녀의 미소  (0) 2013.08.29
▩키엔기르의 우화들  (0) 2013.06.10
▩위대한 똥파리  (0) 2013.06.09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 이야기 - (1)편  (0)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