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소녀의 미소

개마두리 2013. 8. 29. 14:37

 

소녀는 몹시 슬퍼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남자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에 자신에게 선행(善行)을 베풀었던 친구가 떠올랐다. 그날 저녁, 남자는 그 친구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뜻밖의 편지를 받은 친구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래서 편지를 읽으며 식사를 했던 식당의 웨이터에게 팁을 듬뿍 주었다.

 

팁을 받은 웨이터는 아주 행복한 얼굴로 퇴근을 하다가 길에서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기꺼이 팁의 일부를 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가난한 사람은 감사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웨이터에게 받은 돈으로 가족의 먹거리를 산 뒤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중에 주인을 잃은 채 길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불쌍한 마음이 들어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강아지는 추위에서 벗어난 데다 따뜻한 보살핌까지 받게 되자 아주 행복해했다.

 

그런데 그날 밤, 그 집에 불이 났다. 강아지는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깨어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거세게 짖어 댔다. 덕분에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날 목숨을 구한 아이들 중 한 명이 자라 훗날 대통령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소녀의 순수하고 따스한 미소였다.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제브데트 클르츠 엮음, 이난아 옮김, 푸른숲 펴냄, 서기 2011년)에서(작은 제목은 ‘철학 교수가 들려주는 지혜 이야기’임)

 

* 제브데트 클르츠 :

 

서기 1971년 튀르키예의 아르트윈에서 태어났다. 현재 튀르키예의 ‘삼순’ 시에 있는 도쿠즈 에이륄 대학교의 교수고,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 인용자의 말 :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지금 나나 당신이 겪고 있는 일은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한 일의 결과일 수도 있다. 거꾸로 뒤집어 말하자면 나나 당신이 별 생각없이 한 일이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쳐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좋은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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