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책임

개마두리 2013. 10. 16. 17:50

한 스승이 제자 한 명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제자는 낙타를 돌보기로 하였다.

 

날이 저물고, 지친 두 사람은 사막에 천막을 치고 쉬기로 하였다. 제자는 낙타를 잘 돌볼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제자는 낙타를 그냥 놔둔 채 신(神)에게 빌기만 하였다.

 

“신이시여, 낙타를 돌봐 주소서.”

 

그리곤 지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낙타가 온데간데없었다. 낙타가 제발로 어디를 간 것인지, 아니면 도둑을 맞은 것인지, 어쨌든 낙타가 보이질 않았다.

 

스승이 물었다.

 

“얘야, 낙타는 어디 있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모르겠는데요. 어제 낙타를 좀 돌봐 주십사고 신께 맡겼거든요. 그리곤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잠이 들었어요. 어쩐 일인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가 책임질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신께 맡겼거든요. 스승님께서도 신을 믿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전 그저 (낙타가 안전할 거라고 - 인용자) 믿었을 뿐예요.”

 

스승이 말했다.

 

신을 믿되, 우선 낙타를 잘 묶어 둬야 했잖니. 신은 그대와는 달라. 손이 없잖아.”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에서

 

*『동냥그릇』: 박상준 씨가 “옛부터 중근동 지역(서西아시아와 중앙아시아 - 인용자)에 널리 살았던 이름 모를 수도자들”을 다룬 “150여 편의 우화”를 모은 책.

 

* 인용자의 말 : “꿈★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꿈”을 꾸면서 그 “꿈”을 향해 움직이고 행동하고 시도하고 요구해야만 “이루어진다.” 꿈만 꾸면 뭐든지 다 될 거라고 믿지 마라. 우리는 요구하되 그 요구가 관철되도록 행동도 해야 한다. 마치 입으로는 기도문을 외우면서 손으로는 낙타를 묶은 줄을 잘 붙들어야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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