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자신의 마음을 해치는 것은 독선(獨善)이다

개마두리 2013. 10. 21. 12:04

 

해와 달이 서로 각자 자신들이 세상에서 본 것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먼저 해가 바다의 빛깔이 파란색이라고 말하자 달이 바다는 은빛이라고 우겼고, (달이 - 옮긴이) 사람들은 언제나 잠만 잔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해가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다고 우겼다.

 

달이 사람들은 항상 잠자기 때문에 세상이 너무나 조용하다고 말하자 해는 사람들이 항상 움직이고 일하느라 세상은 한시도 조용하지 않다고 언성을 높였다. 세상은 어둡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등불을 켜고 있다는 달의 말에, 자기가 떠 있는 낮 동안은 언제나 환하기 때문에 등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해가 말했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지나가는 바람에게 판결을 내려 줄 것을 부탁했다. 바람은 둘의 이마에 맺힌 열기를 식히려는 듯 주위를 한 바퀴 선회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에 밝은 해가 떠 있을 때면 바다는 파란색이고 달이 비추면 은빛이 돼. 그리고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사람들이 일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여 세상은 시끌벅적하지만 달이 뜨는 밤이면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조용해지지. 해가 환한 낮에는 등불이 필요없지만 달이 뜨는 밤이면 어둡기 때문에 등불을 켜야 주위가 환해진단다. 아제 알겠니? 너희는 둘 다 자기가 아는 것만이 진리라는 독단적인 어리석음에 빠져 있어.

 

“이욕(利慾 : 이익을 바라는 마음 - 옮긴이)이 모두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독단적인 생각이 곧 마음을 해치는 벌레다. 애욕(愛慾 : 사랑을 바라는 마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색욕이 섞인 마음 - 옮긴이)이 꼭 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총명하다고 여기는 생각이 도를 가로막는 것이다.”

 

―『채근담』

 

* 출처 :『채근담』(홍자성 지음, 박정수 엮음, 매월당 펴냄, 서기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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