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느닷없이

개마두리 2013. 10. 21. 12:34

 

 

화를 아주 잘 내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야 화를 잘 내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어떤 수도승이 지혜가 깊다는 얘기를 듣고 가르침을 구하려고 그(수도승 - 인용자)를 찾아갔다.

 

 

수도승은 그에게 “이러저러한 거리로 가시오. 거기 가면 시든 나무 한 그루가 있을 것이오. 그 나무 아래 서서 그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물을 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수도승이 하라는 대로 했다. 여러 날이 지났고, 그는 훌륭한 스승의 지도 아래 자비심과 참을성을 키우는 훈련을 충실히 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급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더니, 그가 물을 내미는데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갔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서둘러 가는 그 사람을 불렀다.

 

 

“여보쇼, 내 인사에 답해야 하지 않소! 이 물을 좀 마시라고, 내가 여행자들에게 주는 거요!”

 

 

그러나 그 사람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화가 잔뜩 나서 자기 일을 잊고 시들은 나무에 걸어 놓은 총을 꺼내 그 버릇 없는 여행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런데 총알이 그 사람의 몸에 박히는 순간, 어찌된 일인지 시든 나무에서 기적처럼 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람은 살인범이었다. 또 누군가를 죽이러 가던 길이었다.

 

 

-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

 

 

* 엮은이의 말 :

 

 

사람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가끔은 꽃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다. 어느날 느닷없이 피어나는 꽃처럼. 그러나 꽃은 언제나 느닷없이 핀다.

 

 

# 인용자(잉걸)의 말 :

 

 

기적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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