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짐승들의 말을 알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당나귀 한 마리가 시끄럽게 히힝거리고, 그 옆에서는 개 한 마리가 기를 쓰고 짖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보니까, 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였다.
“이 모두가 풀과 풀잎에 대한 얘기야. 난 고기와 뼈다귀에 대해 얘기하려고 기다렸지. 지루하게도 말야.”
그 사람이 개의 말을 듣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헌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지. 풀의 쓰임새는 고기의 기능과 같은 거 아니겠어? (둘 다 ‘먹는 것’이니까 - 인용자)”
개와 당나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사람을 돌아봤다. 개가 맹렬히 짖자 당나귀가 뒷발로 그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개와 당나귀는 그들의 얘기를 다시 시작했다.
-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