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어제와 또, 그 이전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 그 일상의 포장을 조금만 열어보면, 너무도 쉽사리 찾을 수 있는 모순과 부조리들. 남들의 오만과 편견을 불태우려는 듯, 쉴 새 없이 잔인한 말로 비난을 쏟아내지만 나 역시 그 모순된 인격체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언제나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들은 - 옮긴이) 힘 있는 자의 횡포를 비난하면서도 힘 있는 자가 되길 원하고, 가난한 자들의 불우한 삶을 배려하며 감싸지만 그들처럼 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자신의 창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고 또 이름을 떨치려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점점 더 군중과 떨어져 깊은 곳으로 숨으려한다.
폭력과 부도덕을 반대하며 신(神)의 가르침을 외치는 그들은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폭력과 부도덕을 일삼아 왔지만, 결코 그것을 폭력과 부도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족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려는 이들은 자신의 울타리 밖에 있는 모든 것을 향해 방어적인 자세를 넘어 공격적으로 굴고 잔인해진다. 그리고 그리해야만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그러나 자신이 이미 잔인한 야수가 되어서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 나중에야 깨달으리라 ….)
우리는 우리들의 모순을 얼마만큼이나 인지하고 있을까.
-『프리스트(Priest) 13』에 실린 형민우 화백의 글(이 만화책은 서기 2003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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