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피부색을 보면 신분을 알 수 있다?

개마두리 2015. 4. 14. 00:34

 

- 외모에 의한 사회적 차별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 날짜 : 2006.12.14

 

- 인권실천시민연대(cshr)의 글

 

"멕시코에서는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일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어."

 

멕시코에서 유학 중이던 누나가 한국에 잠깐 왔을 때 한 말이다. 유럽계 백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면 대기업 임원이나 은행장 등 경제계 유력인사일 가능성이 높고, 백인 혈통에 약간의 원주민 혈통이 섞여 있다면 공무원이나 회사의 중간 간부급 정도, 원주민과 비슷한 피부색이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거나 농부라는 것이다.

 

유학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자연스레 깨닫게 된 사실인데 그 후 실제 만나는 사람에 대입해보면 틀린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한국의 모 자동차회사 계약체결과 관련해 통역을 할 때 원주민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벤츠를 타고 나타나서 순간 당황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피아였다고 한다.

 

누나에게 얘기를 들을 때는 그럴 법한 얘기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 후 문화인류학 관련 서적에서 누나가 해 준 이야기가 학술논문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피부색을 보면 신분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멕시코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적용되는 이론이었던 것이다. 스페인계통 백인지배층이 라틴아메리카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장악하면서 경제력이 이들 계층에 집중되었고, 비슷한 계층끼리 혼인이 이루어지면서 피부색과 경제적 지위가 강한 상관관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모에만 집착하는 우리사회의 서글픈 현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직 라틴아메리카 정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 두 가지 점을 고려하면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로부터 우리가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먼저 외모가 사회적 성공과 관련성이 크다는 인식이 고착되고 있는 점이다. 이는 곧 외모에 따라 사람을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매스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외모라는 것이 획일적으로 정해지고, 그러한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이다.

 

링컨 대통령이 “40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서 이야기하는 외모가 아닌 경제적 능력으로 관리되는 외모가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과거 의술에서 별다른 비중을 갖고 있지 않던 피부과는 의과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반면,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흉부외과나 신경외과는 해마다 미달사태가 반복되어 교수님들이 전공의 지원자들을 룸살롱에서 ‘접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른바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가정 및 그 자녀들에 대한 차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농촌 남성 10명 가운데 4명이 외국여성과 결혼을 하였고, 2005년에 출생한 아이들 중 약 1%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다문화가정 자녀들 및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상당수는 어머니가 한국어에 서툴어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제때에 하지 못하고 있고, 피부색이나 생김새 차이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은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주의가 장기간 국가의 지배이데올로기로 교육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초겨울 오랜만에 떠나본 드라이브에서 “***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노골적인 현수막이 오골계, 토종 닭 전문식당 현수막과 나란히 걸려있는 풍경을 보니, ‘국민’윤리에 앞서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인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원 변호사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80023&CMPT_CD=SEARCH

 

(<오마이뉴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