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섬기는 왕

 

세네갈의 ‘세도’라는 곳에 ‘사바르’라는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바르 왕은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힘없는 이웃나라들을 닥치는 대로 정복했습니다. 그래서 이웃나라의 왕들은 사바르 왕에게 늘 인사를 올리고 많은 재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사바르 왕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거만해졌습니다. 사바르 왕의 말은 곧 법이었습니다. 아무도 사바르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사바르 왕은 백성들을 향해 늘 큰소리를 쳤습니다.

 

“으흠, 과인이야말로 위대한 왕이다. 어느 누가 과인의 뜻을 거스를 것인가! 감히 어떤 자가 과인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냐!”

 

그러던 어느 날, 사바르 왕이 (나라 안의 - 옮긴이) 시장을 돌아보고 있는데, 가수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사바르 왕의 신하들이 가수를 붙들고 말했습니다.

 

“와서 전하께 노래를 불러 드려라!”

 

왕 앞에 붙들려 나온 가수는 하프(수금竪琴 - 옮긴이)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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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렇지만 무엇하랴?

고작해야 사람의 시중이나 드는 개인 것을.

 

여자는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렇지만 어찌하랴?

아이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인 것을.

 

사냥꾼은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렇지만 별것이랴?

기껏해야 마을에 봉사하는 사냥꾼인 주제에.

 

가수들은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렇지만 별 수 있으랴?

어쩔 수 없이 왕과 그분의 종들을 위해 노래해야 하는 신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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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르 왕은 노랫말의 뜻이 궁금해서 가수에게 물었습니다.

 

“여봐라, 그 노래의 뜻이 무엇이냐?”

 

가수가 대답했습니다.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사바르 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라고 했는데, 과인만은 예외로다. 과인은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머리를 조아리거나 봉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과인을 섬기노라.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가수가 공손히 대답했습니다.

 

“어찌 소인이 감히 전하의 말씀을 진실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 때, 떠돌이 걸인이 사람들 틈을 헤치고 나와 음식을 구걸했습니다. 그것을 본 가수가 사바르 왕에게 말했습니다.

 

“전하, 소인에게 먹다 남은 음식이 있는데, 저 불쌍한 사람에게 조금 나누어 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바르 왕은 선선히 허락했습니다.

 

“주도록 하여라.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하자꾸나.”

 

그러자 가수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전하, 제가 저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올 동안, 이 하프를 잠시만 맡아 주소서.”

 

가수는 하프를 사바르 왕의 손 위에 올려놓은 뒤, 걸인에게로 가서 음식을 주었습니다. 가수는 다시 사바르 왕 앞에 돌아와 말했습니다.

 

“오, 전하. 전하께서는 어느 누가 대왕의 말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며, 전하 스스로 아무에게도 봉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바르 왕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습니다. 가수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전하를 섬길지언정, 전하께서는 어느 누구도 섬기지 않노라고 단언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바르 왕은 더욱 의아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보잘것없는 제가 걸인을 시중드는 동안 저의 하프를 들고 계셨습니다. 어느 누가 전하께서 다른 사람을 섬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머리와 팔다리는 서로 돕게 마련’이라는 속담이 옳지 않습니까?”

 

 

 

말을 마친 가수는 사바르 왕의 손에서 하프를 건네받더니,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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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러나 그는 부족을 위해 봉사하게 마련이지.

 

왕은 진실로 위대하다네.

그러나 왕은 백성들을 섬기는 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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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로프 족의 옛날이야기

 

* 월로프 족 : 세네갈과 감비아에 살고 있는 민족. 이 두 나라는 서(西)아프리카의 공화국이다.

 

* 출처 :『웅진메르헨월드 5 - 바보 토니』(박남일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