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코끼리와 메기를 속인 토끼

개마두리 2016. 2. 2. 19:49


옛날 옛적 메콩강가에 토끼란 놈이 살았다. 어느 날, 그놈은 코끼리에게 말을 걸었다.


“코끼리 아저씨, 서로 뒷다리에 줄을 매서 저하고 당기기 한 판 할까요? 제가 아저씨를 메콩 강에 끌어넣을 수 있어요. 그러니 한 번 만요 …… 네?”


코끼리는 대답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토끼는 이번에는 메기에게 가서 말했다.


“메기 아저씨, 서로 꼬리에 줄을 매서 저하고 당기기 한 판 합시다. 제가 아저씨를 뭍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어요. 딱 한 번 만 해요.”


메기는 대답했다.


“왜 그런 웃기는 짓을 하자는 거야?”


토끼가 (자꾸 - 옮긴이) 보채자, 밀림의 대군(大君 : 군주를 높여서 일컫는 말 - 옮긴이)인 코끼리와, 메콩 강의 거물인 메기는 못 이기는 척 줄다리기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이 난 토끼는 제 몸 대신 코끼리 다리와 메기 꼬리에 줄을 묶은 뒤, 힘차게 외쳤다.


“당겨!”


코끼리와 메기는 줄이 팽팽해지자 깜짝 놀랐다.


“아니, 토끼란 놈이 이렇게 힘이 셌어?”


뒤를 돌아본 둘은 그제야 토끼한테 속은 걸 깨달았다. 화가 난 코끼리가 토끼를 잡으러 나서자, 토끼는 죽은 말의 해골 속에 숨어 목소리를 깔고 말 흉내를 냈다.


“어이, 코끼리. 내 말 들려? 나 말이야. 내가 죽은 게 아니야. 나도 한땐 너처럼 힘이 셌지만, 토끼를 얕잡아 보다가 당했어. 그놈이 내게 앞발을 내밀자마자 나는 이렇게 되고 만 거야 ….”


겁에 질린 코끼리는 뒷걸음질했고, 그로부터 토끼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 정문태 기자가 인용한 라오스 민담


* 출처 : 정문태,「불발탄 제거, 200년은 걸리리라」,『한겨레』서기 2016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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