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도깨비가 만든 둑

개마두리 2016. 1. 10. 18:12

 

옛날에 경상북도 영덕 오십령 천에 사람들이 쌓았던 제방(堤防. 둑 - 옮긴이)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다. 때마침 도깨비들이 나타나 “여러분들이 우리가 좋아하는 메밀죽을 한 통씩 쑤어다주면 둑을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수백 통의 메밀죽을 준비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깨비 한 마리가 죽을 먹지 못했다. 물론 죽을 먹지 못한 도깨비가 일을 할 리가 없다. 그 때문에 공사가 완성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새로 쌓은 둑에서 - 옮긴이) 매일 죽을 먹은 다른 도깨비들이 지은 부분은 돌을 잘 맞추고 흙을 잘 채워 큰물이 져도 끄덕하지 않았지만, 그 한 마리의 도깨비가 맡은 부분은 사람들이 아무리 큰 바위로 막아도 곧 무너져버렸다.


- 김용운 한양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서기 1994년 현재)가 인용한, 한국 경상북도 영덕 오십령 천의 전설


* 출처 :『한국인과 일본인 4』(김용운 지음, 한길사 펴냄, 서기 1994년)


# 옮긴이(잉걸)의 말 :


이제 와서 말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겠지마는, 마을 사람들은 죽을 먹지 못한 도깨비를 챙겨주어야 했다. 죽이 한 통 모자란다는 걸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을 새로 쑤어서라도 모든 도깨비를 먹였어야 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도깨비들은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따라서 새로 쌓은 둑은 아무리 큰물이 지더라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나, 맡은 일이나, 풀어야 할 문제를 대할 때도 이와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 때문에, 아흔아홉 번을 잘 하고도 단 한 번 잘못해서 일을 망칠 수 있고, 당신이 당신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을 ‘별 것 아닌 일’이나 ‘하찮은 일’로 여겨서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그 사람이 일을 대충 하거나 일부러 망쳐서 당신에게 앙갚음을 할 수도 있다(또는 먼저 그 사람이 피해를 입고, 나중에는 당신이 같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피해를 입는 걸 내버려 두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다).


무릇 일을 할 때에는 빈틈없이 하고, 꼼꼼하게 하고, 그 일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해야지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거나 ‘대충대충 해도 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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