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바람을 이긴 올리브나무

개마두리 2016. 5. 5. 18:40

 
옛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멍청한 바람이 살았는데, 이놈이 씽씽 굉음을 내며 벌판 위를 날아다니면서 나무들에게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소리쳤단다.


많은 나무들이 겁이 나서 금방 납죽 엎드렸는데, 몇몇 나무가 크게 소리를 질렀지 뭐야. “싫다!”고 말이야. 그랬더니 바람이 그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버렸어.


바람이 지나간 뒤, 무릎을 꿇었던 나무들은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나무들은 등이 굽은 것보다 바람이 자기들을 비웃는 소리가 더욱더 괴로웠지.


바람은 계속 휘젓고 다니다가 평평한 들판을 발견하고는, 신나게 놀아보자며 들판 위로 몸을 굴렸어. 하지만 곧 강한 통증을 느꼈지. 그 들판에 외로이 살고 있던 작은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못 봤던 거야.


“너 이 무례한 놈. 감히 내 등에 상처를 입혔겠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존귀하신 나리.”


어린 올리브 나무가 대답했어.


“나와 이야기를 할 때는 무릎을 꿇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 밭에 나온 농부만 없다면 말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어린 올리브 나무는 멀리서 땅을 갈고 있는 한 사람을 가리켰어. 


“뭐, 농부라고? 나보다 저 농부를 더 무서워하는 거냐?”


바람이 화가 나서 외쳤지.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존귀하신 나리. 나리는 농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강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게 되면, 저 사람은 여기에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농부들이 다 그렇듯이, 여기에 저를 심은 저 사람은, 제가 다 자랄 때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제가 그에게 올리브 열매(이것을 짜서 올리브기름을 만들며,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와 남유럽 사람들은 이것을 반찬으로 삼는다 - 인용자)를 가져다주면, 이곳에 올리브 나무 수백 그루를 더 심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저는 제 모든 형제들과 함께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여기 이 넓고 광활한 곳에 당신의 능력을 찬양하는 나무가 저 한 그루뿐이라면 말이나 되겠습니까?”


“그 말 마음에 드는구나, 꼬마야. 그런데 그 많은 올리브 나무가 모두 다 자라려면 얼마나 걸리지?”


“20년입니다, 존귀하신 나리!”


“좋다. 20년, 그 이상은 1분도 안 된다. 때가 되면 내가 다시 올 것이고, 그때 너와 네 종족 모두가 내 앞에 무릎 꿇은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겠다.”


이렇게 말하고 바람은 날아가 버렸어.


20년이 지나 바람은 그 들판으로 가는 길을 더듬어 찾아갔고, 푸른 올리브 나무숲이 눈에 들어오자, 손을 비벼대며 크게 기뻐했지.


“무릎을 꿇어라.”


바람이 큰 소리로 외쳤어. 그랬는데 올리브 나무들이 어찌나 크게 웃어대는지 휙휙거리는 바람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거야.


“어림없지, 이 멍청아!”


나무들은 이렇게 말하며 뿌리를 점점 더 땅속 깊이 뻗어 내렸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바람이 더욱 세차게 바람을 불어댔지만, 겨우 나뭇가지 몇 개만 부러질 뿐이었지. 게다가 바람이 화를 내면 낼수록 올리브 씨만 더 멀리 날려 보내게 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올리브 나무들이 새로 자라났어.


결국 몇 년 후에 바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일대를 떠나고 말았단다.  

   
- 서기 1960년대 초 라픽 샤미(본명 ‘수하일 파델’)의 어머니인 ‘한네’ 여사가 라픽 샤미에게 들려준 이야기


- 퍼온 곳(나온 곳) : 『파리 젖 짜는 사람』(라픽 샤미 지음, 이상훈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서기 2009년)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와 원숭이  (0) 2017.05.05
▷◁그림동화 - 농부와 악마  (0) 2016.11.29
▷◁금화 마술사 도널드  (0) 2016.04.16
▷◁코끼리와 메기를 속인 토끼  (0) 2016.02.02
▷◁도깨비가 만든 둑  (0) 201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