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그림동화 - 농부와 악마

개마두리 2016. 11. 29. 23:35


옛날에 몸집이 작고 꾀가 많은 한 농부(農夫. 순우리말로는 ‘여름지기’ - 인용자 잉걸. 아래 인용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장난이 매우 심해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가 악마를 골탕 먹인 이야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어느 날, 이 농부는 밭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농부는 집에 돌아갈 채비를 했습니다. 그 때 자기 밭 한가운데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농부가 가 보니 놀랍게도 석탄더미 위에 악마가 앉아 있었습니다. 농부가 악마에게 말했습니다.


“보물 위에 앉아 계시는구려?”


악마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 맞아. 네가 세상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은 금과 은 위에 있는 셈이지.”


“그 보물이 내 밭에 있으니, 다 내 것이군요.”


“그래, 앞으로 2년 동안 네 밭에서 나는 수확의 절반을 내게 준다면 그건 다 네 것이 될 수 있다. 난 돈은 많아. 하지만 땅에서 나는 것을 가지고 싶어.”


농부는 그 거래에 찬성했습니다.


“분배 문제로 다투기 싫으니까 땅 위에 난 것은 당신이 전부 가지고, 땅 속에 있는 건 모두 내가 가지기로 하지요.”


악마는 그 제안을 썩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꾀 많은 농부는 그 해에 밭에다 무를 심었습니다. 수확기(거두어들일 때 - 옮긴이)가 되자, 악마가 자기의 농작물을 가지러 왔습니다. 그러나 밭에는 누렇게 시들어 버린 잎사귀만 가득했습니다. 반면에 농부는 자기 무를 들고 싱글벙글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네가 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그렇지 못할 걸. 다음번에는 네가 땅 위에 있는 것을 가져라. 내가 땅 밑에 있는 것을 가질 테니까.”


“좋아요.”


농부는 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리고 씨 뿌리는 계절(季節. 순우리말로는 ‘철’ - 옮긴이)이 오자, 농부는 이번에는 무 대신 밀을 심었습니다. 곡식이 여물자, 농부는 밭에 나가서 땅에 난 것을 싹싹 베어 왔습니다. 악마가 왔을 때는 그루터기밖에 없었겠지요.


악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절벽 틈새로 들어가 숨어 버렸습니다.


“이걸 보고 ‘얼간이 속이기 작전’이라고 하는 거지.”


농부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보물들을 가져갔습니다.


- 독일의 옛날이야기


-『그림형제 동화전집』(작은 제목 ‘어른을 위한 동화’/완역본. 그림 형제 모음, 아서 래컴 외 그림, 김열규 옮김, 현대지성 펴냄, 서기 1999년 1판 1쇄 발행, 서기 2016년 2판 3쇄 발행)에서


* 그림 형제 :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인 형제. 형은 ‘야코프 그림’이고 아우는 ‘빌헬름 그림’이다. 서기 19세기 초에 독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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