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게와 원숭이

개마두리 2017. 5. 5. 20:51

게와 원숭이(옛 말로는 ‘잔나비’ - 잉걸)가 함께 길을 갔다. 가다가 게는 떡 한 조각을 줍고, 원숭이는 감씨 한 알을 주웠다. 원숭이는 배가 고파서 게를 얼러 감씨와 떡을 바꾸어 먹었다. 


게는 감씨를 자기 집에 가서 심었는데, 이것이 (감나무로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자라서 감이 많이 열렸다.


원숭이가 (게의 집에 - 옮긴이) 와서 나무 위에 올라가 감을 따 주겠다고 했다. 게가 그러라고 하자, 원숭이는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서 저 혼자만 먹고 게한테는 주지 않았다.


게는 안타까워서 원숭이에게 감을 하나 따서 내려달라고 사정했다. 그래도 원숭이는 저 혼자만 (감을 - 옮긴이) 따먹었다. 게가 밑에서 자꾸 (감 - 옮긴이) 하나 따 달라고 성화를 부리자, 원숭이는 익지도 않은 땡감 하나를 던져 주었다. 공교롭게도 게는 그 땡감에 맞아서 죽고 말았다.


그래서 새끼 게는 엄마가 죽었다고 울었다. 이때 절구통과 밤과 벌이 와서 왜 우느냐고 물었다. 새끼 게는 원숭이가 엄마를 땡감으로 때려 죽였다고 말했다. 절구통과 밤과 벌은 원수를 갚아 주겠다 하면서, 밤은 화로로, 벌은 물동이 속으로, 절구통은 지붕으로 올라가 각각 숨었다.


원숭이가 게의 집에 와서 “아이, 추워!”하며 화로에 와서 불을 쬐려고 할 때, 밤이 탁 튀어나와서 원숭이 얼굴을 쳤다. 원숭이가 놀라 물동이 있는 데로 갔다. 그때 물동이에 숨어 있던 벌이 나와서 (원숭이를 - 옮긴이) 쏘아 댔다. 원숭이가 다급해서 집 밖으로 뛰어나가자, 지붕에 숨어 있던 절구통이 굴러 원숭이를 쳐 죽였다.

 
-『한국구전설화』에 실린 배달민족의 옛날이야기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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