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하킴과 강도

개마두리 2017. 11. 18. 02:08

옛날 아라비아에는 ‘하킴’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착하고 똑똑하여 그의 이름이 여러 곳에 널리 알려졌다.


하루는 하킴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바위에 다가갔을 때 그 바위 옆에 쓰러진 사람을 보았다. 하킴은 그를 도와주려고 일단 멈춘 뒤 낙타에서 내렸다.


그러자 쓰러져 있던 사람은 갑자기 일어나서 하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네가 가진 걸 다 내놔라. 낙타랑 낙타에 실은 짐도 내놔!”하고 소리질렀다. 사실 그는 강도였고, 일부러 쓰러진 척 하고는 자신을 본 사람이 다가올 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킴은 “알겠습니다.”하고 말하고는 강도가 시키는 대로 낙타와 짐을 내주었다.


강도는 하킴의 낙타에 올라타고 하킴이 온 방향과는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고, 하킴은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 발로 뛰어 그를 쫓아왔다. 하킴이 간신히 강도를 따라잡자, 강도는 하킴을 내려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쫓아왔느냐? 죽고 싶으냐? 설마 네 재산들을 돌려달라는 건 아니겠지? 어림없다. 난 내 손에 넣은 건 안 돌려줘!”


하킴은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진정하고는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왜 나를 쫓아왔지?”


강도가 물었다.


하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 낙타와 짐들은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걸 바란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 대신, 당신이 저를 속여서 낙타와 짐들을 빼앗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어째서냐?”


강도가 다시 물었다.


하킴은 다시 대답했다.


“만약 당신이 오늘 저한테 한 일이 널리 알려지면, 다음부터는 사막이나 길바닥에 누가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돕지 않고 지나치거나, 쓰러진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둘까 두렵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강도는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도는 낙타에서 내려 하킴에게 사죄한 뒤 낙타와 짐을 돌려주었고, 그 뒤 하킴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 두 해 전, 서울 지하철 역의 벽에서 읽은 글을 기억을 더듬어서 다시 쓰다(옮긴이 잉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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