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사냥꾼 아크바르

개마두리 2017. 3. 26. 18:53

아크바르 황제는 사냥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 도읍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의 주민들이 비르발을 찾아와 호소했다.


“승상 각하, 저희를 도와주소서. 우리 마을이 없어질 지경이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오?”


“폐하께서는 숲을 자꾸 새로 만들어서 사냥터로 쓰고 계십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소.”


다음 사냥 나들이 때, 황제가 자신을 따라나선 비르발에게 말했다.


“아! 정말 상쾌하구나. 승상, 그렇지 않소?”


비르발은 마을 주민들의 호소가 떠올라 생각에 잠겨 있던 참이었다.


“에, 예.”


그때, 마침 올빼미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저 올빼미들을 보시오.”


그러자 비르발이 이렇게 대꾸했다.


“두 무리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신하가 황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승상 각하는 슬기로우니,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를 알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승상, 그들이 뭐라고 떠들며 싸우는지를 말해 보시오.”


“말씀드릴 수는 있지만 ….”


“뭘 망설이는 거요?”


“폐하께서 들으시기에 썩 좋은 말은 아닙니다.”


“말해 보시오. 새들끼리 하는 말에 짐이 뭘 그리 괘념하겠소?”


“그렇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웃 나라에서 한 무리의 올빼미들이 총각 올빼미를 데리고 와서 이곳의 처녀 올빼미와 혼인을 맺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랑의 아버지와 신부의 아버지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까닭이 뭐요?”


“신랑의 아버지는 숲 40개를 달라고 요구하는데, 신부의 아버지는 지금 당장은 들어줄 수가 없지만, 그 대신 몇 해만 기다려 준다면 숲 80개를 줄 수 있다고 말하는군요.”


“어떻게? 지금 숲 40개가 없는데 어떻게 나중에 그 곱절을 줄 수 있다는 거요?”


“글쎄요, 그는 이 나라의 황제께서 매우 사냥을 좋아하신다고 말하는군요. 황제께서는 사냥을 즐기려고 마을들을 밀림으로 바꾸시기 때문에, 조금만 있으면 숲의 수가 곧 곱절을 넘으리라고 합니다.”


황제는 비르발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곧 알아차렸다.


“승상, 경이 옳소. 짐이 사냥을 즐기려고 마을을 없앤 것은 이기적인 짓이었소.”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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