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떡을 차지한 두꺼비

개마두리 2017. 3. 27. 12:56

두꺼비, 토끼, 여우가 떡 하나를 얻자 서로 뜻을 모아 말했다.


“떡 하나를 나누어 봤자 먹잘 것 없으니, 술을 못 마시는 자가 먼저 먹도록 하자!”


먼저 토끼가 말했다.


“나는 누룩만 봐도 취하지.”


여우가 뒤를 이어 말했다.


“나는 밀밭만 지나도 취해.”


두꺼비는 쓰러질 듯 곤드레가 된 모습을 하며 중얼거렸다.


“나는 두 사람의 말만 듣고도 이미 엄청 취했어.”


토끼와 여우는 떡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꾀를 내었다.


“떡을 먹는데 술 못 먹는 것으로 선후를 결정해서는 안 되겠어.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먹도록 하자!”


그 소리를 듣자마자 토끼가 말했다.


“나는 천지가 개벽할 때 태어났어.”


그러자 여우가 말을 이었다.


“나는 천지가 열리기 전에 태어났지.”


그런데 두꺼비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흑흑 흐느끼며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토끼와 여우가 이상해서 물었다.


“너는 어찌 이리 울기만 하니?”


두꺼비는 슬프게 울먹이면서 천천히 말했다.


“나한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죽어 버렸어. 큰 아들은 천지가 열리기 전에 죽었고, 작은 아들은 천지가 열릴 때 죽었어. 그대 두 사람은 살아 있는데, 우리 아들들은 어찌 이리도 빨리 죽었단 말인가! 내가 그래서 슬퍼하는 거야.”


이 말을 들은 토끼와 여우는 두꺼비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면서 떡을 바쳤다.


- 김정국(金正國)의『사재집(思齋集)』에서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 실린 옛 우언(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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