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자비로운 손

개마두리 2017. 3. 26. 20:02

어느 날, 한 노파가 과부가 된 며느리를 데리고 비르발을 찾아와서 호소했다.


“제 아들은 황제 폐하의 군대에서 20년을 복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아이는 전사해버리고 우리에게는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답니다.”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니, 반드시 도와주실 것입니다. 제가 일러드리는 대로 하세요.”


다음날, 이들은 어전에 나아갔다.


“폐하, 제 아들이 지녔던 이 칼은 폐하를 위해 많은 싸움을 치렀습니다. 부디 이것을 폐하의 병기고에 보관해 주십시오.”


아크바르 황제는 그 칼을 받아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칼은 너무 낡고 녹슬어서 아무짝에도 못 쓰겠소.”


황제는 칼을 시종에게 주면서, 노파에게 돌려주게 하고, 금화 다섯 닢을 위로금으로 내려주었다.


‘고작 금화 다섯 닢?’


황제의 인색함에 반감을 품은 비르발이 나섰다.


“폐하, 소신(小臣)이 그 칼을 한번 살펴보아도 될까요?”


비르발은 그 칼을 받아들고는 그것을 매우 찬찬히 거듭거듭 살펴보았다. 그의 이상한 행동에 의아해진 황제가 물었다.


“승상, 무엇이 잘못되었소?”


“아무것도 아닙니다, 폐하. 소신은 단지 이 칼이 틀림없이 황금으로 바뀌었으리라고 생각하고 ….”


“뭐? 황금으로?”


“예, 폐하. 한갓 돌에 지나지 않는 ‘파라스(닿기만 해도 쇠가 황금으로 바뀐다는 인도 전설 속의 신기한 돌 이름 - 엮은이)’도 쇠를 황금으로 바꿔 놓는데 … 하물며 폐하의 자비로운 손을 거치고도 칼이 바뀌지 않은 것이 다만 놀라웠을 뿐입니다.”


그제야 황제는 비르발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명령했다.


“노파에게 칼의 무게에 버금가는 황금을 내려주노라.”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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