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먹으면 죽는다는 알사탕

개마두리 2017. 5. 2. 01:27

시골 훈장이 장에 가서 알사탕을 많이 사다가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혼자만 먹었다.


(그는 자신의 서당에 다니는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아이들에게는 “이건 아이들이 먹으면 죽는 약이다.”하고 말했다. 훈장은 자기가 나들이 간 틈에 아이들이 꺼내 먹을까봐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런 말에 속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저 사탕을 먹어 볼까 궁리하던 차에, 하루는 훈장이 나들이를 갔다. 한 아이가 이 짬에 사탕을 먹으려고 꾀를 냈다. (그 아이는 - 옮긴이) 먼저 훈장이 제일 아끼는 벼루를 깨뜨렸다. 그러더니 글방(학당[學堂]이나 서당[書堂]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 옮긴이) 아이들 입에 사탕을 한 알씩 넣어 준 뒤, 너희는 누워서 눈감고 죽은 체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모두 사탕을 입에 물고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데, 훈장이 돌아와서 이 모습을 보고 야단을 쳤다.


“어떻게 너희는 읽으라는 글은 안 읽고, 모두 드러누워 있단 말이냐?”


그러니까 한 아이(문맥상 꾀를 낸 아이인 듯하다 - 옮긴이)가 대답했다.


“예, 저희가 훈장님이 나들이 나가신 틈에 장난을 좀 치다가, 그만 훈장님이 제일 아끼시는 벼루를 깨뜨렸습니다. 죽을죄를 지었기에, 모두 죽으려고 훈장님 서랍에서 아이들이 먹으면 죽는다는 약을 꺼내 먹고 드러누워 있습니다.”


-『한국구전설화』(임석재 선생이 모은 설화들을 실은 책)에 실린 배달민족의 옛날이야기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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