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쥐의 보은

개마두리 2017. 5. 2. 02:51

* 보은(報恩) : 은혜(恩)를 갚음(報).


옛날에 어떤 동네에 큰 부자가 살았는데, 식솔이 500명이나 되었다. 부잣집이라 곳간도 많고, 곳간에는 곡식도 많이 쌓여 있었다. 곳간에는 쥐들이 득실거리며 몇 십 해를 잘 먹고 잘 지냈다.


하루는 엄지(‘대장大將’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조선 공화국[수도 평양]의 문화어[한국으로 치면 표준어]로는 ‘[짐승의] 어미’라는 뜻이다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쥐가 곳간 밖에 나와 보니까, 다음 날 저녁이면 부자의 집이 무너져 부자와 500명 식솔(식구 - 옮긴이)이 모두 다 죽게 될 지경이었다. 엄지 쥐는 이것을 보고 마음을 먹었다.


“이거 큰일 났다. 우리가 이 집 주인 덕분에 몇 십 해를 잘 먹고 잘 지냈는데, 주인집이 몰살해서 쓰겠느냐? 이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엄지 쥐는 - 옮긴이) 모든 쥐를 모아놓고 사정을 말하며 의논했다.


“어떻게 해야 부잣집 사람들을 살리겠느냐?”


그랬더니 쥐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내일 점심때부터 우리가 부잣집 넓은 마당에 나가서, 서로 꼬리를 물고 둘러서서 춤을 추며 돌아다닙시다. 그러면 부잣집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모두 집에서 나와 (우리를 - 옮긴이) 구경할 것입니다. 그때 집이 무너져도 사람들은 살 것 아닙니까?”


엄지 쥐는


“그것이 좋겠다.”


하고는 모두 그러기로 했다.


다음 날 점심때쯤 각 곳간에 있던 쥐들이 다 나와 마당에 모여 서로 서로 꼬리를 물고 둘러서서 춤을 추면서 돌아다녔다.


주인 영감은 나와서 이것을 보고는, ‘이상한 일이다.’고 생각하고 집안사람더러 모두 나와 구경하라고 했다. 부잣집 사람들이 모두 다 마당으로 나와서 쥐들이 춤추는 것을 구경했다. 집 사람들이 모두 마당으로 나오니까, 그 부자의 집이 무너졌다. 


-『한국구전설화』(임석재 선생이 모은 설화들을 실은 책)에 실린 배달민족의 옛날이야기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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