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청렴한 대감을 도운 샛별

개마두리 2020. 1. 7. 20:35

옛날에 나이 많은 정승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서 살았다. 정승은 워낙 청렴한데다, 봉양해(奉養해. 받들어[奉] 모실[養]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줄 자식도 없어서 사는 형편이 차츰 어려워졌다.


마침내는 끼니를 거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정승(정확하게는 전[前] 정승 - 옮긴이)은 아랫마을 남의 논에서 익어 가는 벼가 떠올랐다.


정승은 달도 뜨지 않은 깊은 밤이 되자, 낫을 들고 몰래 논으로 내려갔지만, 차마 벼이삭을 도둑질할(훔칠 - 옮긴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 옮긴이) 가만히 서서 하늘만 쳐다보노라니, 샛별(‘금성[金星]’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동쪽에서 뜨는 별’/‘동쪽 별’이라는 뜻이다. ‘샛’은 원래 ‘새’인데, ‘새’는 순수한 배달말로 ‘동[東]쪽’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새 + 별 = ‘샛별’ = ‘동쪽별’이다. - 옮긴이)이 반짝거렸다. 샛별은 (전 정승에게 - 옮긴이) 마치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결국 정승은 벼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이 들었다.


잠이 들자마자 꿈인지 생신지 누가 불렀다.


“뉘시오?”


“난 아까 당신이 보았던 샛별입니다. 내가 큰 개를 줄 테니, 잘 키우시오.”


정승이 잠에서 깨어나 보니, 과연 앞에 누런 개가 떡 버티고 있었다. 개는 다음날부터 먹을 것을 물어 와 정승 부부를 먹여 살렸다.


한번은 (정승이 사는 - 옮긴이) 마을에 가뭄이 들어서, 마을 사람 모두 농사(農事. 순수한 배달말로는 ‘여름지이’ - 옮긴이)를 망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을의 - 옮긴이) 우물까지 말라 버렸다. 이 때, 개가 정승의 바지를 물고는 어디론가 이끌었다. 개가 이끈 곳을 파 보니, 맑은 물이 샘솟았다. 정승은 마을 사람들(원문에는 ‘마을 사람’으로 나오나, 물의 혜택을 입은 사람이 단 한 사람일 리는 없으므로, 복수형인 ‘마을 사람<들>’로 고쳐 썼다 - 옮긴이)에게 물이 있는 곳을 알려 주어, 가뭄에서 마을을 구하였다. 그 후에(뒤에 - 옮긴이) 마을 사람들은 고마움의 표시로(고마워하면서 - 옮긴이) 정승 부부를 잘 보살펴 주었다.


어느 날 밤, 정승은 마당에 앉아 있던 개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네가 누구기에, 이렇게 우리를 보살펴 주는 거냐?”


그러자 놀랍게도 개가 말을 했다.


“정 궁금하시면, 새벽녘에 우물가에 나와서 동쪽 하늘을 쳐다보세요.”


개는 몇 번 겅중겅중 뛰더니, (전 정승 집의 - 옮긴이) 담 너머로 사라졌다.


개의 말을 이상하게 여긴 정승이 새벽에 동쪽 하늘을 보니, 샛별이 온 세상(순수한 배달말로는 ‘누리’ - 옮긴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제야 정승은 그 개가 하늘의 샛별이었음을 알았다.


그 후로도 정승 부부는 주어진 것만 가지고 청렴하게,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 배달민족의 옛날이야기


- 안상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 199쪽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안상현 지음, ‘현암사’ 펴냄, 서기 2000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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