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두 왕자

개마두리 2018. 6. 14. 23:15

두 왕자가 왕과 함께 궁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백성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왕은 두 왕자에게 백성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들은 우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란다.”


두 왕자는 왕의 말을 각기 다르게 해석했는데, 첫째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들이 우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니, 왕족의 위대함을 모르는 것들. 내가 왕이 된다면, 저들에게 곡식을 주지도, 땅을 주지도 않겠어. 어쩌면 저들을 가까이 있는 적이라 봐도 무방하겠군.’


둘째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들이 우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니, 저들에게도 각자의 세상이 있고 삶이 있구나. 어쩌면 왕족이라는 자리는 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기 위한 것일지도 몰라. 내가 왕이 된다면, 저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왕이 되겠어.’


― 이광호 작가의 우화집인『숲』(‘도서출판 별빛들’ 펴냄, 서기 2017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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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잉걸]의 말 1 :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마찬가지로 같은 가르침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폭군의 폭력을 도와주는 어용학자의 궤변이 될 수도 있고, 어진 임금의 좋은 다스림을 도와주는 슬기로운 사람의 명언이 될 수도 있다. 


자, 여러분은 독사나 폭군이 되겠는가, 아니면 소나 어진 임금이 되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어용학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슬기로운 사람이 되겠는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옮긴이[잉걸]의 말 2 : 나는 이 책을 내 단골서점에서 샀고, 집에 가서 천천히 읽었다. 지금은 이 우화집을 사서 읽기를 백 번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우화집과 최규석 작가의 우화집인『지금은 없는 이야기』[사계절 펴냄]가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 나아가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온 누리로 퍼지기를 - 간절히,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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