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질문

개마두리 2018. 6. 15. 23:40

어느 날, 왕이 백성들에게 본인이 직접 만든 왕국의 질서를 공표했다.


왕의 연설을 들은 한 백성이 왜 질서를 왕이 만드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왕은 질문한 백성에게 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냐며, 질문한 백성을 반역죄로 처형했다.


왕의 연설은 계속되었는데, 왕국의 질서(가 적힌 글 - 옮긴이)를 살펴보던 한 백성이 왕국의 질서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왕은 자신의 깊은 뜻을 의심하는 것이냐며, 질문한 백성을 반역죄로 처형했다.


많은 백성들 중 한 백성이 의심하는 것이 왜 반역이냐고 묻자, 왕은 다시 질문한 백성을 ‘반역의 공모자’라 말하며 처형했다.


한 백성이 반역을 하면 왜 처형을 당해야 하냐고 묻자, 왕은 다시 질문한 백성을 ‘반역의 잔재’라 말하며 처형했다.


그날 모든 백성들은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왕은 모든 백성들을 처형했다.


그때부터 왕국에는 시체만이 가득했다.


― 이광호 작가의 우화집인 『숲』(‘도서출판 별빛들’ 펴냄, 서기 2017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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