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결정권

개마두리 2018. 7. 3. 00:14

악어새가 말했다.


“악어님, 저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그만둘게요.”


그러자 악어가 말했다.


“안 돼. 요즘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갑자기 그만둔다니, 무슨 소리야? 조금만 더 일해 줘!”


악어새는 용기 내어 악어에게 말했지만, (그 말은 - 옮긴이) 악어에게는 통하지 않았고, 악어새는 악어를 설득할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악어새가 말했다.


“악어님, 저 몸이 안 좋아서, 이번 주까지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자 악어가 말했다.


“몸이 좋지 않으면 며칠 쉬고 와, 휴가를 줄 테니까. 조금 더 일하기로 나와 약속했잖아.”


악어새가 일을 마치고 떠나자, 하마가 악어에게 다가와 말했다.


“쟤는 왜 자기 인생의 결정권을 네게 넘긴 거야?”


그러자 악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둥지로 돌아간 악어새는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악어에게 통하지 않자, 근심과 걱정을 가득 안은 채 악어를 설득할 방법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 우화집인 『숲』(이광호 지음, ‘도서출판 별빛들’ 펴냄, 서기 2017년)에 나오는 우화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풀 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은 당나귀  (0) 2018.12.09
몽상가  (0) 2018.07.20
질문  (0) 2018.06.15
두 왕자  (0) 2018.06.14
맹인이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까닭  (0) 2018.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