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몽상가

개마두리 2018. 7. 20. 17:57

어느 젊은이에게,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물었다.


젊은이는 구름에 집을 짓고 살 것이라고 말했고, 사람들은 젊은이를 ‘몽상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젊은이는 자신이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고, 이성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젊은이는 자신을 몽상가라 부르는 사람들을 ‘겁쟁이’라 지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어느 날 젊은이는 구름에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큰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정말 몽상가였다니.”


사람들은 드디어 몽상가가 꿈에서 깨어났다며 젊은이를 비웃었다. 젊은이는 지금껏 자신이 흘려보낸 허무한 시간을 탄식하며, 자신의 헛된 꿈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젊은이의 이야기는 소설로 출간되었고, 그의 소설에 영감을 받은 한 건축가는 100층이 넘는 빌딩(건물 - 옮긴이)을 지어, 맨 꼭대기 집으로 젊은이를 초대했다.


젊은이가 맨 꼭대기 집에 들어서자, 건축가는 ‘초고층 건물의 시대’라고 적힌 일간지와, 창 밖에 낮게 뜬 구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의 ‘헛된 꿈’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네. 이 집을 자네에게 주지.”


젊은이는 감격했지만, 이 빌딩은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라며 건축가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 빌딩을 지으신 분은 선생님입니다. 저는 그저 헛된 꿈만 꾸었을 뿐입니다.”


젊은이의 말에 건축가는 웃으면서 말했다.


“<헛된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한 것일세. <실현 가능한 꿈>은 현재의 세상에 머물지만, <헛된 꿈>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니 말이야.”      

   
- 이광호 작가의 우화


- 현대 한국 우화집인『숲』(이광호 지음, ‘도서출판 별빛들’ 펴냄, 서기 2017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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