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유식해진 비결

개마두리 2019. 1. 22. 22:31

한 번은, 글 쓰는 사람이자, ‘사람의 얼과 넋을 거룩한 곳으로 이끄는 길라잡이’로 널리 알려진 이맘 ‘무르쉿 무함메드 가잘리’가 어떻게 그리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소.” 


- 『사아디의 우화 정원』(사아디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08년)에서


(번역문에 왜국식[倭國式] 한자말이 들어있고, 문법/어법과 맞지 않는 대목이 있으며,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말이 들어 있어서, 그 부분을 고쳤으나, 글의 내용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다. 부디 이현주 선생님과 독자 여러분이 내가 한 일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 잉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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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아디 :


중세 페르시아 시인이자 이야기꾼. 서기 1213년에 태어나 서기 1291년에 세상을 떠났다. 본명은 ‘모쉬레프 알 사아디 알 쉬라지(Moshref Al - Sa'di Al - Shirazi)’다.


어릴 적에 고아가 되었고, 몽골군의 침략으로 고향인 ‘쉬라즈’를 떠나야 했으며,


서른 해 동안 유럽/아비시니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미스르(‘이집트’/‘케미’)/수리야/파키스탄/하야스탄(‘아르메니아’)/소(小)아시아(오늘날의 아나톨리아 지방)/아라비아/페르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바라트(‘인도’/‘힌두스탄’)/이탈리아를 떠돌아다녔다.


한때 종으로 팔려 오늘날의 ‘트리폴리’ 시에서 강제노역을 하기도 했다.


그는 수피(Sufi. 이슬람 신비주의를 따르는 수피교 신자들이자, 그 수도승들을 일컫는 말)들처럼, 짐승 털로 짠 거친 겉옷을 입고 다녔으며,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를 ‘위대한 페르시아 수피’로도 부른다.


말년에는 고향으로 되돌아와 왕실에서 일하는 계관시인(桂冠詩人. ‘월계관[줄여서 “계관”]을 쓴 시인’ → 원래 월계관은 경기나 대회에서 우승한, 자신의 뛰어남을 입증한 사람에게 주는 모자였으므로, ‘왕실이나 황실, 그러니까 정부나 윗사람이 그 뛰어남을 입증한 명예로운 시인’ → 왕실이 뛰어남을 인정한 시인에게 주는 명예로운 칭호)이 되었다.


살아생전에 책을 스물 세 권이나 냈으며, 그것들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힌 책은『굴리스탄』(‘장미정원’이라는 뜻)과『부스탄』(‘과수원’이라는 뜻)이다.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동아시아의 한자 문화권에서 흔히 쓰이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논어(論語)』에 나오니, 못해도 2510년 전에 나온 말이다.


이 말은 자기보다 어리석은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이나, 모자란 사람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나이가 적은 사람이나, 아는 것이 적은 사람에게 가서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배울 때나 지적을 받을 때에는 겸손해야 하고, 설령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가서 배우고 물어봐야 한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이 나온 지 1744년 이상이 흐른 뒤,『논어』가 아니라『꾸란』과『하디스』를 경전으로 배운 무슬림 남성이 이 말과 거의 비슷한 말(“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소.”)을 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비록 우연의 일치라고는 하나, 놀라운 일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어쩌면 이런 사실이야말로, ‘훌륭한 슬기와 탁월한 의견은 시대와 문화와 문명과 공간과 인종과 민족과 종교와 사상과 이념과 양성(兩性)과 계급과 지역과 국적과 말(언어)과 생활양식과 취향과 직업과 진영(陣營)과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건 아닌지.


단, 가잘리 이맘은 공자가 “불치하문”했다고 증언한 위나라 대부(大夫) 공어(孔圉) - 시호 문(文). 존칭 ‘공문자(孔文子)’ - 와는 달리, ‘아랫사람’에게만 묻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물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그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공어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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