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새로운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임금이 되기를 거부한 노인

개마두리 2025. 1. 13. 22:03

(인용자[개마두리]의 말 : 이 글의 이름은 내가 만들어서 붙인 것이지만, 글의 내용은 몽테스키외 선생이 만드신 것이 맞다)

 

----------------------------------------------------------------------------------------------------

 

(새로운 인용자)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은 그 수가 나날이 증가하자(늘어나자 인용자), (임금 인용자)을 선출하는(뽑는 인용자)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네. 하여 자신들 가운데 가장 정의로운 자가(이가 인용자) 왕관을 써야 한다는 점에 합의를 본 후(인용자), 이에 일제히 지긋한 연세뿐만 아니라 오랜 덕행으로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한 노인을 지목하게 되었지. 하지만 그 노인은 이 회의에 참석하길 원치(바라지 인용자) 않았으며 깊은 슬픔에 빠져 자신의 집에서 은거하고 있었다네.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 자신들의 결정을 알리려고 노인에게 사절단을 보내자, 그 노인이 말했네.

 

내가 우리 트로글로다이트인들에게 이 같은 과오를 초래하게(불러들이게 인용자) 하다니 ……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 우리 가운데 나보다 더 정의로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참으로 당치도 않은 일이로구나! 당신들이 정녕 내게 왕관을 씌우고자 한다면, 그것이 정녕 당신들의 뜻이라면 내 마땅히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하나 내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한평생 자유를 만끽하는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모습만을 보아왔거늘, 이제 그 무언가(예를 들면, 군주제 인용자)에 구속된 그들을 지켜보며 그야말로 뼈저린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란 사실을 헤아려들 주시오.

 

이 말을 마치고 노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네. 그리고는 참으로 가련하기도 한 생명이구나! 내 어찌 이리도 오래 살았단 말인가!”라는(하는 인용자) 한탄의 말과 함께 곧 (사절단에게 인용자) 준엄한 목소리로 외쳤다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뜻하는지 인용자) 내 잘 알고 있소. !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여! 드디어 정의의 중압감이 그대들을 짓누르기 시작했구려! 수장(首長. 우두머리. 무리나 단체를 통솔하는 사람 : 인용자)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당신들은 어쩔 수 없이 정의로워야만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결국 우리 초대 선조들(새로운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 나타나기 전에 살았던, 타락하고 방종을 추구했던 트로글로다이트인들 인용자)이 겪었던 그 불행을 다시금 겪게 될 테니 말이오. 그런데 이 정의의 굴레가 당신들에게 너무도 버거운가 보구려. 한 군주(임금 인용자) 밑에서 당신들의 관습보다 덜 엄격한 그 군주의 법을 따르며 살아가길 바라는 것을 보니 말이오. 그렇게 되면 당신들은 야심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부를 축척할(쌓을 인용자) 수도 있을 것이며 그 무기력한 향락 속에서 쇠약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들은 이미 잘 알고들 있소. 커다란 범죄에 빠지지 않는 이상 굳이 정의는 필요치 않으리라는 것도 이미 잘들 알고 있는 게요.

 

노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네.

 

당신들은 대체 내가 어찌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어찌 내가 우리 트로글로다이트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있단 말이오? 굳이 나의 명이 아니더라도 천성에 이끌려 충분히 덕을 잘 실천해나갈 그런 당신들이거늘, 정녕 내가 명령을 내렸다는 단지 그 이유로(까닭으로 인용자) 덕을 행하고자 하는 것이오? !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여! 이 사람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몸이라오. 혈관 속에서는 피가 식어가고 성스러운 우리 조상님들을 다시 뵙게 될 날이 멀지 않았거늘, 어찌 당신들은 이 몸이 조상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길 바라는 것이오? 어찌하여 우리 조상님들께 이 몸이 당신들에게 정의의 굴레가 아닌 다른 굴레를 씌워 주고 왔노라고 이야기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오?

 

― 『 어느 페르시아인의 편지 ( ‘몽테스키외 지음’, ‘이자호옮김, ‘()문학과지성사펴냄, 서기 2022)에서

 

▣ 인용자의 말 :

 

나는 군주정보다 민주 공화정이 더 낫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 글을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 단기 4357년 음력 1214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