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새로운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미덕

개마두리 2025. 1. 13. 21:19

(인용자[개마두리]의 말 : 이 글의 이름은 내가 만들어서 붙인 것이지만, 글의 내용은 몽테스키외 선생이 만드신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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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자!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 자신들의 매정함 때문에 어떻게 파멸되어갔는지, 어떻게 자신들의 불의 앞에 스스로 희생되어갔는지 잘 보았는가? 그 많던 가구 중(가운데 인용자) 단 두 가구만이 이 민족에게 닥쳤던 재앙을 피해 갈 수 있었다네. (중략) (이 두 가구에서 비롯된 새로운 인용자)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미덕에 대해 내 자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걸세. 하루는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지.

 

아버지께서 내일 밭을 가셔야 하네. 내가 아버지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 아버지께서 밭에 나오셨을 때는 이미 밭이 다 갈려 있도록 해야겠네.”

 

어떤 이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네.

 

누이가 어떤 트로글로다이트 청년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군. 아버지께 말씀드려 그 청년과의 혼인을 성사시켜줘야겠어.’

 

또 어떤 이는 도둑들이 몰려와 자신의 가축을 모두 다 훔쳐 갔다는 말을 들었지. 그러자 정말 화가 나는군. 그중엔(그 가운데는 인용자) 신들에게 바치려던 흰 암송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말이야.”하고 말했다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했네.

 

신들에게 감사드리러 신전에 나가봐야겠네. 아버지께서 그토록 사랑하시고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내 아우가 건강을 회복하지 않았겠나.”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지.

 

우리 아버지 밭 바로 옆에 어떤 밭이 하나 있는데, 그 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뙤약볕에 노출되어 있다네. 그 딱한 사람들이 가끔이나마 그늘에서 쉴 수 있게끔 그곳에 나무 두 그루를 심어야겠네.”

 

하루는 여러 트로글로다이트인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겠나. 그때 한 노인이 어떤 젊은이의 악행을 이야기하며 그를 의심하고 비난했지. 그러자 함께 있던 다른 젊은이들이 말했다네.

 

저희는 그 사람이 그 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부디 그가 그의 가족(식구 인용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죽게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가 한 트로글로다이트인을 찾아와 이민족들이 그의 집에 쳐들어와서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을 몽땅 약탈해 가버렸다고 알려주었지. 그러자 그 트로글로다이트인은 그들이 정의롭지 않은 사람만 아니라면 부디 그 물건들을 나보다 더 오래 사용할(인용자) 수 있기를 바라오.”라고(하고 인용자) 말했다네.

 

이 같은 트로글로다이트 민족의 커다란 번영은 결국 다른 주변 민족들로부터 부러움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네. 그리고 마침내 그 이웃 민족들이 모여 허울 좋은 구실로 이들의 가축을 모조리 다 빼앗아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은 곧바로 그들에게 사절단을 보내 이렇게 말했네.

 

우리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이 당신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단 말이오? 당신네 부인들을 납치하기라도 했소? 당신네 가축을 훔치기라도 했소? 아니면 당신네의 밭을 짓밟아놓기라도 했소? 모두 아니지 않소. 우리는 정의로운 민족이고 또한 신을 두려워할 줄 아는 민족이오. 우리에게 원하는(바라는 인용자) 것이 대체 무엇이오? 옷을 만들 양털이 필요하시오? 마실 우유가 필요하시오? 아니면 우리 땅에 있는 과일이 필요하시오? 무기를 버리고 찾아오시오! 기꺼이 당신들에게 이 모든 것을 내줄 의향(意向. []이 향하는[] 무엇을 하려는 생각 : 인용자)이 있소. 하나 신 앞에 맹세컨대, 만일 당신들이 적으로서 우리 땅을 밟는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불의의 민족으로 여기고 잔인한 야생 짐승 대하듯 할 것이오.”

 

사절단의 이 같은 이야기를 무시한 채 그 야만족들은 끝내 무기를 들고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땅을 침입하게 되었다네. 이들이 오직 결백 하나로만 무장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일세.

 

하지만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은 아주 훌륭히 방어하고 있었다네. 부인들과 아이들을 한가운데에 두고 남자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지. 그들은 적들의 수가 아니라 그 적들의 불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어떤 강렬한 열기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어떤 이는 아비를 위해 죽으려 했고, 어떤 이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죽으려 했으며, 또 어떤 이는 형제들이나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자 했다네. 한마디로 모두가 자신의 동포들을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려 했지. 한 사람이 쓰러지고 나면 그 자리는 이내(인용자) 다른 누군가로 다시 채워지곤 했으니, 이들에게는 모두 적들의 불의에 대한 결투라는 공통된 명분 외에도(말고도 인용자) 각자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또 하나의 개별적 동기가 있었다네.

 

이것이 바로 불의와 정의 사이의 결투였다네. 노획물을 긁어모으는 데만 급급했던 그 졸렬한 민족들은 결국 (새로운 인용자) 트로글로다이트인들의 정의 앞에 굴복한 채 수치심(부끄러워하는 마음 인용자)을 느낄 새도 없이 서둘러 달아나버렸다네. 아무런 깨달음도 얻지 못한 채 말일세.

 

― 『 어느 페르시아인의 편지 ( ‘몽테스키외 지음’, ‘이자호옮김, ‘()문학과지성사펴냄, 서기 2022)에서

 

* 인용자(개마두리)의 말 : 나는 한때 타락하고 썩었던 겨레나 나라나 공동체도, 나중에는 건강하고 경건하며 바람직한 겨레/나라/공동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 단기 4357년 음력 1214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