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단편]독립 영웅

개마두리 2023. 11. 25. 23:40

그것은 영웅을 태우고 있는 커다란 말이었다. 방문객들과 수많은 관광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곤 했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근육과 몸짓과 목덜미가 완벽하게 조각된 웅장한 말은 모든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말은 기념품 전문조각가가 수차에 걸쳐 정부 지원을 받아 만든 것이었다.

 

말은 거대했고, 마치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

 

(말 동상의 인용자 개마두리. 아래 인용자’) 멋진 엉덩이는 항상(인용자) 찬미의 대상이었다. 가이드(안내인 인용자)들은 관광객들에게 팽팽한 근육과 경이롭게 생긴 목, 그리고 턱뼈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말 동상 위에 올라탄 모습으로 조각된 인용자) 영웅(영웅의 동상 인용자)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었다.

 

여기 있는 게 이젠 지겨워.”

 

마침내 어느 날 아침에 영웅이 말했다. 그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자기를 태우고 있는 말의 등 쪽을 내려보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자기가 얼마나 무의미한 존재가 되었는지, 얼마나 작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 인용자)은 그(영웅의 동상 인용자)의 말(- 인용자)을 들은 척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말은 행진하듯이 발과 발꿈치를 앞으로 내딛으면서 거만하게 있었다.

 

(말 동상을 조각한 인용자) 조각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공적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림책에서 말의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것이 자신의 모델이 되었는지를 알게 된 이후, 말은 최대한 오랫동안 행진 자세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어이 …….”

 

영웅이 말을 불렀다.

 

말은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말은 인용자)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눈을 들었다.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그러니까 영웅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검은 눈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짐승은 인용자) 파리나 벌레를 쫓을 때처럼 가죽을 움직이기만 해도 영웅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은 발이 앞으로 뻗은 자세로 있도록, 모든 관심을 쓰고 있었다. 아침 9시에 일본 대표단이 그 앞에 꽃을 놓고 사진을 찍기 위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말은 이런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말은 자기 주위가, 그러니까 푸른 잔디밭 위에 놓인 기념비 주위가 넓고 아름답게 확장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아왔었다. 말 아래 놓인 받침돌은 장교나 선원들, 혹은 장관들이나 프랑스 여배우들, 미국 권투선수들이나 체코슬로바키아(이 나라는 냉전이 끝난 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두 공화국으로 나뉘었다 인용자)의 무용수들, 파키스탄 대사나 러시아([Ro]시야 인용자) 피아니스트들, 평화봉사단이나 민중 우정회, 혹은 적십자사가 가져온 생화(生花. 살아 있는[] 화초에서 꺾은 꽃[] 인용자)나 조화(造花. 종이//비닐로 만든[] [] 인용자)로 항상 둘러싸여 있었다.

 

다리를 뻗으려는 순간에 영웅이 방해하자, 말은 몹시 기분이 상했다.

 

어이 …….”

 

영웅은 다시 말을 불렀다.

 

그러자 말이 마침내 그가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러죠?”

 

말은 건방지고 거만한 목소리로 영웅에게 물었다.

 

여기서 잠시 내려가 이 주위를 돌아다니고 싶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독립 영웅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말은 기분 나쁘게 말했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아침 9시에 일본 사절단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나도 알아. 신문에서 봤으니까. 하지만 자주 행사를 치르려니까, 조금은 지겹군.”

 

말은 그것이 영웅의 신분에 걸맞지 않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영웅은 핑계를 댔다.

 

뼈 때문에 그래. 몸이 조금 뻐근한 것 같아서 그래. 그래서 사진 찍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어.”

 

영광은 영원히 영광이지요.”

 

말은 값싼 사색에 잠기며 말했다. (- 인용자)은 연설에서 이런 유식한 말(- 인용자)을 배웠던 것이다. 매년(해마다 인용자) 서로 다른 대통령이나 주지사, 혹은 장관들이 기념비 앞에 서서 연설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 인용자)은 그런 말(- 인용자)들을 모두 외우게 되었다. 사실 거의 모든 연설이 똑같았기 때문에, (- 인용자)조차도 (그것들을 인용자) 쉽게 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잠시 내리면 (사람들이 그걸 인용자) 눈치 챌까?”

 

영웅이 물었다.

 

영웅의 질문(물음 인용자)은 말의 허영기를 충족시켜 주었다.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내가 두 사람 몫을 할 수 있거든요. 또한 이 나라에는 아무도 위를 쳐다보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다녀요. 아무도 영웅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어쨌거나 당신 자리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영웅은 말을 혼자 놔두고 슬그머니 내려왔다.

 

땅에 발을 내딛자, (영웅 인용자)는 위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 나라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다음, 오랫동안 자기를 처박아 두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탔던 인용자) 말이 마치 트로이의 목마(木馬. 나무[]로 만든 말[] - 인용자)처럼 커다랗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 말 안에 전사들이 들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것은 말이 병사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무장한 병사들은 기념비 주위에 2열이나 3열로 줄지어 서 있었다. 그는 도대체 병사들이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일까? 법일까? 지식일까?

 

너무 오랫동안 말 위에만 있었던 탓에, 영웅은 약간 현기증을 느꼈다. 심지어는 자기를 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아둔 이유(까닭 인용자)는 저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병사에게 다가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가령(假令. 예를 들면/이를테면 인용자),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몇 미터 나아가자, 첫째 줄에 있던 병사들이 모두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는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그들이 인용자) 자기에게 총탄 세례를 퍼부을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다가가겠다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분명히 밤이 되기 전에 왜 병사들이 광장에 있는지, 그리고 무슨 이익을 수호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알아볼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그는 자신의 부대(독립 영웅이 이끌던 독립군 인용자)를 떠올렸다. 그 부대는 (강제로 징집된 사람들이 아니라 인용자) 자기의 사상을 따르던 자발적인 시민들로 이루어졌으며, 그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곤 했다.

 

(영웅은 인용자) 길모퉁이에서 신문을 샀지만, 글을 읽자 토할 것만 같았다.

 

그는 경찰이란 노인들이 길을 건널 때 도와주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문에는 경찰이 학생을 곤봉으로 때리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학생은 영웅이 언젠가 말했던 글들이 씌어진 포스터를 흔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용자) (영웅 인용자)의 말에 무슨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아니, 지금은 (경찰과 정부가 그의 말을 인용자) 좋아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그는 인용자) 오랫동안 자기 기념비 앞에서 행해진 모든 공식 기념행사에서 애국가처럼 그의 말이 반복되는 것을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말이 인용자) 못 쓰게 되었거나, 아니면 의심을 받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실제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영웅은 인용자) 내가 (그렇게 인용자) 말했단 말이야, 내가, 내가 했단 말이야.”라고(하고 인용자) 외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을 곧이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는 만일 길 한복판에서 그런 것을 소리쳐 말하면, 사진 속의 청년처럼 감옥에 갇히고 말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실이 인용자) 그런데 내무부 현관에 걸려 있는 그의 초상화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없이 비난받는 내무부와, (그곳으로 들어가는 인용자) 문에 걸려 정의를 구현하는 유일하고 진정한 인물인 그의 초상화 ……. 이번에 정치인들은 너무 과도한(過度. 정도[]가 지나친[] - 인용자) 조치를 취했었다. 그의 초상이 공책과 책 표지에 실리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초상화가 내무부에 걸리기보다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자 보통 사람들 인용자)의 집에 걸리기를 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항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넓지만 서류로 가득찬 사무실에서 도서관 마크가 새겨진 종이에 자기의 의견을 써서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만일 그가 승진을 약속하면, 어느 고위 관리가 그의 청원대로 처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그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공해 줄 조건이 아니며, 평생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거리로 몇 발짝 나아갔지만, 어찌할 바 몰라 보도(步道. [사람이] 걷는[] [] - 인용자) 한쪽에 쭈그리고 앉았다. 말 위에서는 지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빈민들과 거지(걸인[乞人] - 인용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최근 몇 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해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뭔가 영 잘못되고 있음이 틀림없었지만, 말 위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위정자들이 인용자) 그를 말 위로 올려놓았던 것이리라. 그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어떻게 현재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의무적으로 듣는 위선적인 외국인들이 의례적으로 즐거워하는 가운데, 정치인들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연설문에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언급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는 한참 동안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모든 거리에서 도시를 순찰하는 군인 차(지프? - 인용자)와 여러 탱크를 만났다. 이것은 그를 몹시 놀라게 했다. 그가 독립시켰던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침공(또는 침략 인용자)당할 순간에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자, 그는 흥분했다.

 

그러나 (그는 인용자) 곧 그것은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침 신문을 꼼꼼히 읽었지만, 그 어느 곳에도 그런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국가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국가들 은 그의 조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한 국가(미국? - 인용자)가 거의 나머지 국가들을 착취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리고 착취당한 국가의 정부들도 당연한 듯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황한 그는 다른 광장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는 탱크(전차 인용자)도 다음에 들지 않았고, 기념비에서 기운을 내서 내려온 이후, 도시를 산책하면서 계속해서 감시받고 족쇄를 찬 듯이 억압된 (사람들의 인용자)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 인용자) 좋지 않았다. 사람들, 그러니까 그의 사람들(독립 영웅의 동지/동료들 인용자)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독립 영웅 인용자)는 후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까?

 

잠시 후, 한 청년이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청년에게 묻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좋았고, 그들은 자기가 괴물 같은 말에서 내려온 이후 묻고자 했던 모든 질문들에 대답을 해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젊은이, 도대체 이런 탱크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는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다정했다. 그의 머리는 최근에 삭발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청년이 대답했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감시하는 거죠.”

 

그러자 독립 영웅이 물었다.

 

무슨 질서?”

 

청년이 급히 대답했다.

 

공공질서죠.”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미안하네만 …….”

 

영웅은 자신의 무지가 약간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계속 (청년에게 인용자) 물었다.

 

왜 탱크를 동원해서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테니까요.”

 

청년은 아주 다정하게 대답했다.

 

왜 인정받지 못하는 거지?”

 

영웅은 이오네스크(프랑스의 희곡 작가인 외젠 이오네스크’ - 인용자)의 부조리 연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휴가 중에 그는 이 작가(이오네스크 인용자)[의 작품 인용자]를 읽을 시간이 있었다. 어느 여름이었다. 정부는 청사와 관료들을 동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히 아무도 기념비 앞에서 연설을 하러 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그 시간을 이용해 잠시 이오네스크의 작품을 읽었다. 그 책들은 아직 압수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책들 중의 하나였다. 대부분의 이오네스크 작품들은 이미 압수가 되었거나, 아니면 금서로 지목될 찰나였다.

 

청년이 대답했다.

 

불법적인 체제니까요.”

 

영웅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불법이라면,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조금만 조사를 해보면 …… 그 정부가 물러나도록 말일세.”

 

뭐라고요?”

 

청년은 처음으로 영웅을 비웃었다.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거나, ‘어느 행복한 섬에서 살다가 온 모양이네요.”

 

그러자 영웅이 대답했다.

 

오래 전에 조국을 떠났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네. 미안하네.”

 

불법적인 정부는 항상 몇몇 사람에게만 득이 되지요.”

 

청년이 설명했다.

 

독립 영웅은 왜 탱크가 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자네가 하는 일은 뭔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청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영웅은 다시 놀랐다. 그러자 청년이 설명했다.

 

전에는 공부를 했었죠. 그러나 이제 정부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등학교도 무기한 닫기로 결정했지요. 교육기관들이 체제에 반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를 학교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죠. 한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단지 체제 통합 시험만 합격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만 공무원이 될 수 있지요. 그건 사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제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고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 말을 듣자, 영웅은 놀라서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뭘 하란 말이지?”

 

이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배고파 죽겠죠. 지금까지는 배고픔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죠. (그것은 인용자) 아마 진짜 탱크처럼 강력한 무기였을 거예요.”

 

영웅은 청년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에게 추천장을 써주어 직장을 얻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웅은 인용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자기 이름을 새긴 명함을 (지금 정부의 관리들에게 인용자) 보여주면, 청년이 감옥으로 직행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거기에 있었어요.”

 

청년은 영웅에게 말했다. 조국으로 돌아온 나이 지긋한 사람(그러니까, 영웅 인용자)의 생각 속에서 감옥이란 말을 읽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래서 (간수들이 인용자) 내 머리카락을 밀어버린 거예요.”

 

잘 이해할 수가 없네. 머리카락과 감옥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긴 머리는 체제에 반대하는 것이죠. 적어도 (지금의 인용자) 정부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그러자 영웅이 불평했다.

 

평생 내 머리는 길었는데!”

 

그건 옛날이었죠.”

 

청년은 조용히 말을 맺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럼 이제 뭘 할 건가?”

 

노인(독립 영웅, 그러니까 영웅 인용자)이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요.”

 

청년은 이렇게 대답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로 (영웅에게 인용자)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청년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영웅 인용자)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지만, 청년의 마지막 말은 그의 기운을 북돋웠다. 이제 그는 자기가 후손을 남겼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우루과이의 여성 작가인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단편소설

 

― 『 라틴 여성작가 대표 소설선 (‘이사벨 아옌데외 지음, ‘송병선옮김, ‘()더스타일펴냄, 서기 2012)에서

 

(#라틴 : ‘라틴아메리카’, 그러니까 중남미를 줄인 말이다 – 개마두루)

 

 

- 단기 4356년 음력 10월 13일에, 우리네 현대사(이승만의 자유당 정권/다카키 마사오의 공화당 정권/전두환의 민정당 정권)를 떠올리게 하는 (나아가 오늘날의 '용산총독부'와 '[선거로 만들어진] 새로운 왜국[倭國] 조선총독부'가 지배하는 한국, 아니 '반[半] 식민지 조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으며, 그 소설을 여기에 소개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