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자식들을 잃어버린 까마귀

개마두리 2011. 12. 12. 17:44

 

 

까마귀가 며칠 동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가 그만 싫증이 나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때 지나가던 매가 둥지에 버려진 알을 보고 가엾은 마음에 품어 주었다.

 

마침내 새끼가 태어났지만, 엄마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매는 할 수 없이 모이를 찾아서 새끼에게 먹였다. 새끼는 쑥쑥 자랐다.

 

한참이 지나 그냥 두고 온 알이 생각난 까마귀가 둥지로 돌아왔다. 마침 매가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오르려던 참이었다. 까마귀는 화가 나서 “내 새끼들이니, 돌려줘!”라고 말했고, 매는 “버려진 가엾은 알을 품어 키운 새는 나야. 뻔뻔스럽게 이제야 돌아와서 부모라고 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까마귀는 새끼들에게 “자, 엄마에게 오렴.”이라고 말했으나, 새끼들은 자기들의 엄마는 매라며 까마귀를 무시했다. 까마귀는 새들의 왕인 독수리의 법정에 가서 매를 고소했다.

 

독수리는 까마귀에게 “왜 둥지를 떠났느냐?”고 물었고, 까마귀는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둥지로 돌아왔을 때는 매가 이미 알을 까고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다며 매를 비난했다.

 

독수리는 매에게 “왜 까마귀의 알을 품었느냐?”고 물었고, 매는 “몇 번을 가봤지만 둥지에 엄마가 없어서 알이 가여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까마귀는 그래도 알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것이라고 끼어들었지만, 독수리는 까마귀의 말을 막고 “정의를 추구하는 법정이니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매는 “날마다 고생하면서 키운 새끼들이 어언 다 크자 까마귀가 나타났고, 새끼들의 주린 배를 채워 준 새는 저이니 진짜 엄마는 저입니다.”라고 주장하였다.

 

독수리는 알을 버린 까마귀의 잘못이 크다며 매의 편을 들었고, 까마귀는 새끼들 스스로 부모를 고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독수리는 새끼들에게 어느 쪽이 엄마냐고 물었다.

 

새끼들은 입을 모아 “우리 엄마는 매예요. 다른 엄마는 없어요.”라고 대답했고, 까마귀는 결국 자기 자식들을 잃고 말았다.

 

― 코치치(북아메리카 원주민) 족의 우화

 

*옮긴이의 말 :

 

‘핏줄’은 만능이 아니다. 누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더 아껴주느냐에 따라 ‘남’ 사이에도 없던 연대감이 생겨나고 모르던 사람들이 ‘한식구’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라. ‘핏줄’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자식의 사랑을 애걸할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