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그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개마두리 2011. 12. 13. 18:58

 

어느 날 저녁, 수피의 제자들이 회랑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위대한 옛 스승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위대한 성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꿀맛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웠습니다.

 

마지막 위대한 스승까지 찬미하고 나자 그들 가운데 한 제자가 말했습니다.

 

“아아, 슬프다. 지금 세상에 그런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이냐?”

 

다른 제자가 말했습니다.

 

“아아, 슬프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거지. 오로지 위대한 스승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순간 2층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수피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옷 차림으로 나타난 수피는 부드러우면서도 근엄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리석은 친구들 같으니, 그대들의 눈과 마음을 탓하라. 그는 반드시 어느 시대에나 있다.”

 

수피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제자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수피 우화

 

- 출처 :『깨달음을 나르는 수레 수피우화』(김남용 엮음, 화담 펴냄)

 

※ 옮긴이의 말 : 위인이 나타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먼저 그대가 ‘위인’이 되라. 과거의 위인들만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태도는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